자유를 사랑한 양치기 소년
옛날에 양치기 소년이 살고 있었어요. 어떤 질문에도 현명하게 대답하는 것으로 무척 유명한 소년이었죠. 사람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어요.
"저 아이는 백 살 넘은 현자를 세 명 합친 것보다 더 지혜로워!"
마침내 그 나라의 왕이 소년을 데려오라고 명령했어요. 소문이 자자한 소년을 직접 만나보고 싶었던 거죠. 하지만 소년은 왕의 명령에 따르지 않았어요.
"나는 누구의 명령도 받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러자 왕은 소년을 억지로 끌고 오게 한 다음 말했어요.
"내가 세 가지 문제를 낼 테니 문제에 대답을 하면 원하는 모든 것을 주겠다. 이 나라를 달라고 해도 줄 터이다."
소년은 싫다 좋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왕이 얼떨결에 깜박 잊은 부분을 정확하게 꿰뚫어보고 있었어요. 즉 이런 식으로 함정을 만들려면 세 가지 문제에 그냥 대답을 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정답을 말하라고 해야 하는데, 왕이 그만 그걸 까먹은 것이었어요. 그렇다면 무조건 대답만 하면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지요.
"그러나 만일 네가 대답을 하지 못하면 감옥에 가둘 것이다."
소년에게는 자유를 빼앗기는 것보다 더 큰 형벌은 없었어요. 마침내 왕이 첫 번째 문제를 냈어요.
"바다에서 가장 깊은 곳의 깊이가 어떻게 되는지 말해보거라."
소년은 거침없이 대답했어요.
"만 이천삼십삼 미터입니다, 폐하. 의심나시면 직접 재어보소서."
당연히 왕은 가장 깊은 바다의 깊이를 잴 수가 없었어요. 만일 잴 수만 있었다면 이렇게 물어보지도 않았을 거예요.
"으흠, 그래! 그럼 두 번째 문제를 낼 테니 대답해보거라. 영원은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서 끝나느냐?"
이번에도 소년은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이며 스스럼없이 대답했어요-.쪽
"이 손가락 끝에서 시작해 시간 주위를 돌다가 바로 이 순간에 다시 돌아옵니다."
소년이 손가락 끝을 퉁기며 딱 소리를 냈습니다.
"딱! 이것이 바로 영원이옵니다. 들었사옵니까?"
왕의 광대가 옆에서 함께 듣고 있다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습니다.
"저자는 소문으로 알려진 것보다 훨씬 영특한 소년인 듯하옵니다, 폐하. 거의 저와 비슷한 수준이라고나 할까요?"
왕이 세 번째 문제를 냈어요.
"불이 얼마나 뜨거운지 말해보거라."
"화로를 가져오라고 해주십시오."
신하들이 불꽃이 이글거리는 화로를 가져왔어요.
"저 화로에다 손을 넣어보시지요. 그러면 얼마나 뜨거운지 금방 알게 될 것이옵니다."
당연히 왕은 화로에다 손을 넣을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불이 얼마나 뜨거운지 알려면 이보다 더 정확한 방법은 없을 거예요.
"참으로 영특한지고!"
왕은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어요. 이 소년처럼 현명한 아들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 때문이었어요. 사실 왕의 아들은 현명하기는커녕 미련퉁이에 가까운 사람이었어요.
"그래, 네가 이겼다. 무슨 소원이든 말해보거라."
왕은 내심 소년이 이 나라를 달라고 하길 바랐어요. 그러면 소년을 양자로 삼아 이 나라를 물려줄 생각이었던 거죠. 하지만 소년은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었어요.
"제가 바라는 것이라고는 앞으로 제가 사는 동안 다시는 폐하께서 제게 어떤 명령도 내리시지 않는 것이옵니다."
소년은 이 한마디를 내뱉은 뒤 왕궁을 나와 뒤도 안 돌아보고 제 갈 길을 걸어갔어요.-.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