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도 높은 언어를 구사하는 시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최정례 시인(51)의 네번째 시집 ‘레바논 감정’(
문학과지성)이 나왔다. 이수문학상 수상 시집 ‘붉은 밭’(2001, 창비) 이후 5년 만이다.
시인은 이전 시집에서 ‘시간과 기억으로부터 관심을 돌릴 수 없었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번 시집도 역시 시간과 기억의 연장선에서 그려진다.
시풍은 비슷하지만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더욱 농익은 시어들은 한편 한편의 시를 견고하게 완성하며 깊이를 더했다.
표제작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내면의 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는 옛사랑에 대한 감정을 담담하게 담아낸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수박은 가게에 쌓여서도 익지요/익다 못해 늙지요/검은 줄무늬에 갇혀/수박은/속은 타서 붉고 씨는 검고/말은 안 하지요 결국 못하지요/그걸/레바논 감정이라고 할까 봐요/(……)/세상의 모든 애인은 옛애인이 되지요/옛애인은 다 금의환향하고 옛애인은 번쩍이는 차를 타고/옛애인은 레바논으로 가 왕이 되지요/레바논으로 가 외국어로 떠들고 또 결혼을 하지요/(……)/오늘은 종일 비가 왔어요/그걸 레바논 감정이라고 할까 봐요.”(‘레바논 감정’ 중)
시인은 또 “희망은 난폭해서/날마다 쫓기며 가보게 한다”고 적고 있다.
문학평론가 최현식씨는 이에 대해 “성취에 대한 기대와 좌절에 대한 불안이라는 채 현실화되지 않은 미래의 이중성을 절묘하게 표상한다”고 분석했다.
이중적 미래, 희망이라지만 시인은 시와 문학이라는 희망을 우직하게 심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