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Psychiatry)은 정신(Psych)과 치료(iatry)의 합성어이다. 정신을 치료한다는 뜻이다. 두 가지 말 모두 어원은 그리스 신화다. '정신(Psych)'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란 의미를 가진 프시케에서 그리고 '치료'라는 뜻은 육체적인 사랑의 신인 에로스에서 왔다. 그런 점에서 신화에서 따온 이 말의 상징은 현대를 사는 오늘의 사람들에게도 의미가 매우 깊다. 인간의 모든 정신질환은 젊은 아름다움과 사랑, 그 두 요소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거나 그것의 부재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으로 이미 수천 년 전 정신병의 정체로 파악된 것일 테니까.-.쪽
현대의학의 신경정신학에서는 기본적으로 사람의 정신과 신체를 하나라고 본다. '정신'과 '신체'가 각기 다른 별개의 요소라는 이원론이 아니라 분리되지 않았다는 일원론이 정신의학의 기본이다. 까닭에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아프고, 마음이 병들면 몸도 따라 병든다. 이런 관점에서 정신과 의사들은 정신병을 무슨 괴기스럽고 끔찍스러울 만큼 대단한 게 아닌, 그 모든 발단이 스트레스로 시작되는 심인성 질병으로 파악한다. 우리가 정신병 하면 대단히 위험하다고 인식하게 된 데에는 그 병을 극단적이고 엽기적으로 다루는 많은 영화나 드라마 때문이다. 정신과 의사들이 보는 정신병은 아주 일상적인 현실 안에서 누구나 받는 스트레스로부터 출발한다. 스트레스란 생명체가 어떤 종류이건 자극을 받은 상태를 의미한다. 추운 날씨, 소음, 대학입시 실패, 부부 불화, 성적 욕구불만, 시집살이, 돈 떼임, 사업 실패, 승진 탈락, 가난도 해당되고, 이혼과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의 죽음도 큰 스트레스다. 이런 자극을 받으면 우리 인간의 몸과 마음은 경계 상태에 들어간다. 이어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투쟁 상태로 들어가고 그 결과 피로 상태가 된다. 그렇게 스트레스가 장기화되면, 즉 경계, 투쟁, 피로 상태가 오래 끌게 되면 그것이 누적되어 결국 인체가 부담을 이기지 못하게 된다. 그 결과로 정신과 마음이 고장나 버린다. 몸과 마음이 함께 아픈 정신병적 상태가 되는 것이다.-.쪽
실크나비였다. 아프리카와 남미 등지에 서식하는 나비로서 날개가 유난히 빛나고 투명했다. 몸에 비해 날개가 아주 컸다. 사진 밑에 기록된 실크나비의 특이한 습성은 고치에서 부화하면서부터 주둥이가 없게, 원천적으로 주둥이 없이 태어난다라고 적혀 있었다. 분명 생명체이고 동물인데…… 입이 없다니. 신기하고 특별한 나비였다. 날개를 가지고 날아다니는 동안 아무 것도 먹을 수 없도록 태어나는 나비가 있다는 것을 그녀는 처음 알았다.
=>인영이에게 실크나비의 존재는 매우 소중한데, 실크나비라는 것이 있었네요.-.쪽
사랑은 현실의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신경정신과 닥터들에겐 일종의 아름다운 정신병이라고 분석된다. 사랑은 현실에서 이탈된 감정과 행동으로 이뤄져 있다. 예를 든다면 돈 한 푼 쓰는 걸 죽기보다 싫어하는 사람도 사랑에 빠지면 연인에게 돈을 물 쓰듯이 펑펑 쓴다. 그러면서도 전혀 아깝지가 않다. 사람들은 그렇게 사고 없이 오래 살려고 자동차를 비롯한 온갖 위험에서 끊임없이 몸을 사리지만 사랑이 잘못되면 그만 콱 죽고 싶어진다. 목숨이 하잘 것 없이 느껴지고 만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같이 죽자고 말하면 기꺼이 같이 죽어버릴 수도 있다. 사랑은 그런 극단적인 상황까지 일으키기 때문에 신경정신과 계통의 학부생들은 사랑을 정신병적인 질병이라고 치부하거나 단정 짓기도 한다. 하지만 사랑은 헤어지거나 연인이 죽어버렸을 때 푸른 불꽃을 강렬하게 일으킨다. 사랑의 아이러니가 그렇다. 만일 누군가를 사랑해서 결혼한다면 같이 살수록 상대를 사랑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사랑한 사람과 헤어져 다른 사랑하는 사람과 살게 된다면 옛사랑은 사랑으로, 추억으로 살아남는다. 그 남자가 손을 잡아주었던 것, 자전거를 탈 때 그 사람 뒤에 앉아 그의 허리를 두 팔로 부둥켜안은 사랑의 기쁨은 영원한 그리움으로 살아 있다. 평생을 가도, 나중에 할아버지가 되고 할머니가 되어도 헤어진 사랑과의 사랑은 영원한 가슴 떨림으로 미소짓게 만들고 눈물짓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정말 사랑한다면 절대로 같이 결혼해 살지 말아야 한다는 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생활이란 사랑에 하루하루 때가 끼고 먼지가 앉아 사랑을 완전히 죽게 만들만큼의 지독한 구석이 있는 것이다-.쪽
그녀들이 진단하기엔 인영은 미라 증후군의 일종이었다. 죽은 자의 몸을 방부 처리해 오래도록 썩지 않게 함으로써 죽은 자의 영혼이 그 몸 안에서 불멸한다고 믿었듯이 그녀는 자신의 살아 있는 몸속에 그와의 추억과 기억을 완전히 가두어 사랑을 영원케 하고자 하는 것이다. 김미경은 또한 한인영이 나타내는 증상이 팬텀 현상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여겨졌다. 팬텀은 유령이란 뜻이다. 이것은 외과병원에서 절단 수술을 받은 환자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으로 신체의 일부를 절단하거나 절제해도 그 신체는 여전히 몸에 붙어 있는 것처럼 느끼는 현상이다. 다리를 절단했음에도 없는 그 다리의 종아리가 저린다거나 발가락 사이가 가려워 실제로 침대 시트를 손톱으로 벅벅 긁기도 한다-.쪽
마지막 목 밑 단추를 끌러 그대 가슴에 제 다섯 손가락을 살포시 갖다댑니다. 호닥거리는 숨결과 파득거리는 심장의 떨림이 가득합니다. 속 깊이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새벽안개 풀리듯 드러나는 그대 가슴 세계…… 스물세 개의 봄과 항아리 속에 담긴 목소리 버드나무처럼 날리는 머리카락 속으로 머금어진 눈물과 햇빛 같은 기쁨이 강을 낀 언덕처럼 푸르고 눈부십니다. 이 삶 다 살 때까지 가슴에 뺨 묻어 그대 마음이 전하는 슬픔과 웃음소리로 제가 붉고 푸르게 물들 수 있다면. 그대 가슴 안에서 제 아침과 저녁을 꺼낼 수 있다면. 부드럽고 따스한 내 전 생애의 이불로 그대 걱정과 아픔을 덮어 잠재우고 아늑하게 다독거려줄 수 있다면…… 사랑합니다. 먼저 그대 세상 떠나시더라도 제 눈물로 그대 가슴 정갈히 씻겨 제 가슴으로 살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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