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전문기자]

미국 내 2위의 자동차 회사인 포드자동차는 올해 초 오는 2012년까지 14개 공장을 폐쇄하고 근로자 3만 명을 감원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계속된 적자로 파산보호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에서도 2~3단계 아래로 떨어질 정도로 경영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창립자 헨리 포드(1863~1947)라면 이 상황에서 과연 뭐라고 훈수를 둘까? 책(69쪽)에 나오는 헨리 포드의 말을 한번 들어보자. “언제까지라도 똑같은 방식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 때문에 훌륭한 기업들이 과거의 명성을 잃어가는 모습을 많이 목격했다. 삶은 정주(定住)가 아니라 여행이다.”

포드는 1903년 포드자동차회사를 설립하고 2기통 엔진의 모델 A를 처음으로 만들어냈다. 5년 후인 1908년에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모델 T(모델 A·B·C·F 등을 거친 9번째 모델)를 개발했다. 아울러 세계 최초로 무빙 라인(moving line·요즘의 컨베이어벨트)을 이용한 분업과 대량생산 방식으로 가격을 대폭 낮춰 나갔다. 결국 모델 T는 고장이 거의 없고 운전하기도 쉬울 뿐 아니라 가격 또한 싸서 너도 나도 자가용을 가지는 시대를 열었다. 소위 ‘부자들의 사치품 또는 오락용 장난감’으로 여겨지던 자동차를 ‘대중의 말(馬)’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이후 포드의 독주가 계속되면서 ‘자동차 왕’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헨리 포드가 성공한 가장 큰 요인을 한가지만 들면 그가 ‘지독한 일벌레’라는 점이다. “낮에는 일 생각을 하고 밤에는 일에 대한 꿈을 꾸어야 한다”고 스스로는 물론 직원들을 다그치는 형이었다. 그러면서도 직원들에게 동종 업계의 어느 회사보다도 더 많은 임금을 주겠다는 야심을 가졌고, 그 야심을 실제로 달성했다. “직원이 시간과 정력을 바쳐 일하길 바란다면 그가 돈 걱정 않고 살 만큼 임금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평소 신조였다.

포드의 경영철학은 “경영을 제대로 한다면 관련된 사람들 모두가 만족해야 한다. 시민·직원·사장들이 더 만족할 수 있는 길을 찾지 못한다면 운영방식이 크게 잘못된 것이 틀림없다”라는 말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같은 경영철학은 그 때나 지금이나, 기업이나 국가 경영에도 그대로 통하는 진리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포드가 긍정적인 이미지만 가진 것은 아니었다. 노동조합에 반대하고 유대인을 싫어해 반(反)유대주의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같은 부정적 이미지가 성공한 창업자 겸 경영자로서의 헨리 포드의 위상을 끌어내리지는 못할 것이다. 이익보다는 서비스를 앞세우면서도 새로운 시장과 고객을 창조한 선구자, 근로자에 대한 임금을 자선이 아닌 ‘신성한’ 것이라고 믿는 인간적 경영자, 확고한 목적의식으로 나아갈 때 비로소 세계가 진보한다는 것을 온 몸으로 실천한 위대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나의 삶과 일(My Life and Work)’이라는 제목으로 헨리 포드의 자서전이 나온 것이 1922년. 무려 80년이 넘어 한국어 번역판이 처음으로 나왔다. 지금에야 번역된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지만, 80년이 지나도 여전히 독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책이라면 아무리 늦는다고 무슨 상관이 있으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