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김태훈기자]

소설가 사기사와 메구무는 1987년, 18세의 어린 나이로 일본의 ‘문학계 신인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문단에 등장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기사와는 자신의 몸에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지 몰랐다. 훗날, 아버지 이야기를 소설로 쓰기 위해 호적을 조사하던 그녀는 할머니가 한국인이란 사실을 알아낸다. 그 후 그녀는 연세대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4분의1의 한국인이란 의미에서 자신을 ‘쿼터’라고 지칭했다. 그녀의 문학은 이후 재일 한국인의 정체성 찾기와 맞닿게 된다. 그녀는 “한국인임을 알고부터 십 수년은 자기 재구축의 시간이었다. 그성이 내 재산이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뷰티풀 네임’은 그녀가 2004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나온 유작 소설집. 안타까움으로 읽게 되지만 소설 분위기는 경쾌하다. 수록 작품 가운데 ‘고향의 봄’은 재일동포로서 겪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봄이 머무는 곳’은 풋풋하고 순수한 고교시절의 아름다움을 회상한다. 작가는 ‘봄이…’를 완성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또 다른 소설집 ‘웰컴 홈’은 남녀의 뒤바뀐 성 역할을 재치있게 묘사한 작품. 그녀는 이 작품을 발표하며 “일본인, 남, 여, 그런 속박이 싫다. 그런 속박 안에 안주하는 것도 싫다”는 말로, 자신의 확장된 뿌리 의식, 또는 내면의 경계 없음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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