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조우석] 국민참여 시대의 한국정당
이원종 지음, 나남출판, 386쪽, 2만원
미국의 외교전문지 '
포린 폴리시'는 최근 호 특집'오늘은 있지만, 내일은 없는 것'에서 2040년쯤 사라질 제도 1순위로 정당부터 꼽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의 미래보고서 역시 정당 소멸을 예견했다. 정치가 수명을 다해가는 시대이기 때문이다('UN미래보고서'45쪽, 박영숙.제롬 글렌 등 지음,
교보문고). 기존의 이념.계층.성별의 구분 자체가 증발하는 이 시대에 신간 '국민참여 시대의 한국정당' 은 정면돌파를 시도한다.
"현재 정치와 정당은 여전히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정치가 변화를 선도하기보다는 비생산적 논쟁으로 국력을 소모하고 있으며, 과거의 관행과 기득권에 안주해 국민참여의 문을 닫아놓고 있다. 국민은 정치적 의사를 정당보다는 시민단체.언론을 통해 표출하고 있으며, 정치와 정당은 이미 '무용한 것'이 됐다."(359쪽)
저자는 정치학자가 아니다.
김영삼 정부시절의 정무수석을 역임했고 현재는 명지대 초빙교수. 저자는 머리말에서 자기가 현실정치의 경험을 토대로 한 늦깎이 학문을 했기 때문에 외려 구체성을 평가받고 싶다는 소망을 숨기지 않고 있다. 서구에서는 정당 소멸론을 말하지만, 이 땅에서 정치.정당은 여전히 한국 호(號)의 향방에 결정적이라는 호소다.
그가 볼 때 한국의 초기 정당들은 설립 과정에서부터 기형적 발전을 해왔다. 이후 권위주의 정권 시기에는 여촌야도(與村野都) 현상을 보이더니, 민주화 시기 이후에는 지역주의의 고질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세계화.정보화 시대인 지금의 급격한 탈정치 분위기에서 정당제도는 뿌리째 휘청거린다. 저자가 내놓는 정당 발전론의 으뜸은 이념에 앞서 이슈지향으로 변신해야 한다고 제언이다.
당의 구조 또한 당원 중심에서 국민과 지지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사활이 걸린 국민참여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시민교육 강화는 물론 공직후보자 추천과정에서부터 국민참여 시스템을 풀가동시켜야 옳다. 이 경우 기득권을 빼앗길 정치인들의 저항을 막기 위해서는 정당법 개정 등도 필요하다는 '뜨거운 제언'도 눈여겨 볼 만하다. 꽤나 빡빡하게 읽히지만, 진지함으로 승부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