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서울, 젊은 작가들’ 축제에 참가한 해외작가 작품집이 잇달아 출간됐다. 국내에서 이미 두꺼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의 소설집 ‘센티멘털’과 이번에 처음 번역·소개되는 아르헨티나 유대인 소설가 마르셀로 비르마헤르의 ‘유부남 이야기’가 문학동네에서 나왔고, 해외작가 9명의 대표 단편을 담은 소설모음집 ‘눈을 뜨시오, 당신은 이미 죽었습니다’가 도서출판 강에서 출간됐다.

◇‘센티멘털’=현대 일본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 히라노 게이치로(31)는 예사롭지 않은 지적 감수성으로 독자를 흡입한다. ‘청수(淸水)’는 우울한 문체와 환상적 분위기의 지적 소설이다. 아침에 맞는 태양빛, 식은 커피와 비스킷, 거리의 사람들…. 저자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풍경 속에서 생성과 소멸, 실재와 환상이라는 철학적 사유를 펼쳐보인다. ‘다카세가와’는 지금까지 그의 소설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농밀한 성적 묘사가 전면에 드러난 작품이다. 촉망 받는 젊은 소설가가 여성 패션지 편집자와 교토의 러브호텔에서 보내는 하룻밤을 치밀하고 분석적으로 그리고 있다. ‘추억’과 ‘얼음 덩어리’는 파격적 형식으로 눈길을 끈다.

◇‘유부남 이야기’=기자,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 중인 마르셀로 비르마헤르(40)는 중년 남성의 바람 잘 날 없는 일상을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유쾌하게 그린다. 소설 속 유부남들은 우연히 길에서 만난 옛 애인을 다시 유혹하고, 아들이 다니는 유치원에서 발견한 미모의 학부모와 불륜에 빠진다. 믿음직스럽지 못하고, 장난기 가득하며, 때론 치사하기까지 한 유부남의 모습들…. 그러나 유부남의 비행(非行)에도 변명은 있다. “누구는 좋아하고 누구는 싫어하는 감정은 아무도 설명할 수 없다. (……) 아무리 살려고 발버둥 쳐도 결국 이 세상에 있을 수 있는 기한은 정해져 있다. 그러니 무엇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이 영원히 지속될 것인 양 행동해야 하나?”(‘세르비뇨 거리에서’ 중)

◇‘눈을 뜨시오, ~’=‘2006 서울, 젊은 작가들’ 참가 작가 가운데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9명의 단편소설을 모은 책이다. 표제작은 폴란드 올가 토카르축의 작품으로 억압된 개인의 욕망을 그린다. 등단 이후 줄곧 장편소설만 써 온 크로아티아공화국의 블라디미르 아르세니예비치는 이번 행사를 위해 특별히 ‘몬테네그로의 남자’라는 단편을 써 보내왔다. 이밖에 이탈리아 신세대 작가 마리오 데지아티는 ‘눈꺼풀 너머’에서 긴장감 넘치는 문체로 불안한 현대인의 모습을 포착해내며 칠레 작가 알레한드라 코스타마그나는 ‘추파’에서 시골 소년이 도시에서 겪은 ‘일장춘몽’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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