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내민 촉들은 바깥을 향해/기세좋게 뻗어가고 있는 것 같지만/실은 제 살을 관통하여, 자신을 명중시키기 위해/일사불란하게 모여들고 있는 가지들//자신의 몸 속에 과녁을 갖고 산다/살아갈수록 중심으로부터 점점 더/멀어지는 동심원, 나이테를 품고 산다/가장 먼 목표물은 언제나 내 안에 있었으니”(손택수 ‘화살나무’중)

궁극적으로 도달해야할 과녁은 자신의 마음속에 있다는 시인의 얘기처럼 활은 어찌 보면 득도의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예로부터 한민족을 대궁인(大弓人)이라 부른 것을 보면 활과 우리 민족은 불가분의 관계임을 알게 된다.

정조대왕은 신궁의 경지에 이른 임금이었다. 50대의 화살을 쏘면 49대를 명중시킨 후 마지막 화살을 허공에 쏘았다고 한다. 완벽한 경지에 이르면 다음은 그보다 못할 수밖에 없기에 일부러 화살을 빗맞혔기 때문이다.

영화 ‘왕의 남자’에서도 줄을 타며 왕을 풍자하는 장생을 향해 연산이 활을 쏘는 장면이 나온다. 연산은 하늘의 세계에서 자신을 조롱하는 인간을 현실의 세계로 추락시키기 위해 화살을 이용했다. 여기에서 활은 땅과 하늘을 관장하는 권력을 상징한다.

활의 힘은 이렇듯 촉이 바깥을 향하면 무서운 권력이 되기도 하고 안으로 향하면 수양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김형국 서울대 교수가 쓴 <활을 쏘다 -고요함의 동학(動學), 국궁>(효형출판.2006)은 세상을 잊고 결국 나마저도 잊은 채 몰입의 경지로 안내하는 국궁의 사회문화사를 탐구한 책이다.

저자는 “활을 당기는 팔은 ‘동(動)’이고, 땅을 버티고 선 두 다리는 ‘정(靜)’이다. 또한 날아가는 화살은 ‘동(動)’이고 멀리 우뚝한 과녁은 ‘정(靜)’이다. 이렇듯 움직임과 고요함이 하나가 된 상태가 국궁의 핵심이다”고 말한다.

예순이 넘어 활을 잡았다는 저자는 “쏠수록 묘미가 있고, 아무리 배워도 끝이 없는 국궁을 늦게나마 접한 것을 감사하게 여긴다”고 강조한다.

특히 오랜 역사를 지닌 국궁을 국제 스포츠 경기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을 추진하는데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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