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삼 기자 = "나중에 조국에 돌아가면 제 후손들에게 비행기를 15시간이나 타고 간 먼 나라에서 저를 무척이나 환영해준 학생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9일 오후 경기도 한국외국어대학교 용인캠퍼스. 이날 캠퍼스에서는 동유럽권 외국작가 5명이 수백 명의 외국어 전공학생들과 잔디밭에 앉아 자유로운 대화를 나누는 무척 이색적인 자리가 마련됐다.

학생들을 찾은 작가들은 올가 토르카축(폴란드), 파벨 브릿츠(체코), 드러고만 죄르지(헝가리), 클라우디우 코마르틴(루마니아), 블라디미르 아르세니예비치(세르비아) 등 5명. 이들은 한국문학번역원(원장 윤지관) 주최하는 '2006년 서울, 젊은 작가들' 대회에 초청받아 서울을 방문 중이다.

여러명의 외국 작가들을 한자리에서 마주 대한 학생들은 연방 호기심과 신기함이 뒤섞인 눈초리로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잇달아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선생님(올가 토르카축)이 쓰신 '눈을 뜨시오. 당신은 이미 죽었습니다'라는 작품은 제목이 무척 독특한데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었나요?"

소설은 추리기법을 차용해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만들어내는 소외감과 인간 내면 깊숙이 숨겨진 억압된 가학 심리를 유머러스하면서도 섬뜩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주인공이 소설 속으로 들어가 등장인물을 차례차례 살해한다는 내용.

작가는 이에 대해 "아르헨티나의 유명 작가 보르헤스는 추리 소설의 틀에 박힌 구조를 깰 수 있는 한 가지 가능성으로 독자가 소설 속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이야기했다"며 "바로 거기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설을 처음부터 의도된 방향으로 쓴 것인가 아니면 중간에 수정한 것인가"라고 묻는 한 남학생의 질문에 대해서는 "추리 소설은 형식 전체를 잡아놓고 시작하는 것"이라며 "쓰면서 수정한 부분도 있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호젓한 호숫가 잔디밭. 캔맥주 하나씩 들고 진행된 간담회는 인종과 언어의 장벽을 넘어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1시간여 가량 이어졌다. 이날 간담회는 인원 관계상 해당 언어 학과별로 5개 그룹으로 나뉘어 동시 진행됐다.

이에 앞서 후생복지관 4층 대강당에서는 학교 동유럽학과 교수, 학생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외국 작가들의 이력과 작품 경향에 대해서 소개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올가 토르카축은 "한국이라는 곳이 굉장히 이국적으로 느껴지고 새롭게 느껴진다"면서 "유럽사람들보다도 오히려 한국사람들이 거리감이 없고 친근하게 느껴진다"며 한국, 한국인에 대한 친밀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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