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진 까닭인지 신간 목록에 음식 관련 도서가 곧잘 오른다. 그런데 작자만 다를 뿐 책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음식을 간편하게 만들고 재료를 쉽게 계량하는 법 등을 소개하고 그럴 듯한 사진으로 포장한 ‘요리법’이 대부분이다. 그에 비하면 이 책은 좀 어설프긴 해도 필이 팍팍 꽂힌다.
‘멸치는 참 살이 무르다. 물에 씻으면 금방 뭉크러지고 사방이 기름기로 뒤범벅된다. 아이 다루듯 살살 다루어 지저분한 것들을 제거한 후 자그마한 항아리에 담으면서 켜켜이 소금을 뿌렸다. 소금을 얼마나 뿌렸냐고? 잘 모른다. 이제 주부 이십 년 차쯤 되니, 감으로 하는 거다.’
저자가 말하는 요리의 노하우는 알쏭달쏭하기만 하고, 흔한 요리 사진 한 장 없다. 본업이 대중예술평론가인 저자는 음식에 대해서 ‘키보드에서 손가락이 움직이는 대로 적어 내려갔다’고 고백한다. 자신이 먹었던 음식, 삶을 통해 체득한 요리의 노하우 그리고 요리에 얽힌 에피소드가 이 책 테마다.
제목만큼이나 소박한 일상의 기록이라 할 만하다. 두릅, 풋고추, 고구마, 은행, 김치, 호박 편수, 멸치젓, 호박잎 쌈, 토란국, 개장국 등 저자가 소개하는 음식들은 어머니가 만들어 주던 흔한 음식들이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저자가 차려놓은 소박한 밥상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입 안에 침이 고인다는 점이다. 맛깔스러운 문체의 힘은 화려한 사진에 비할 바가 아니다. 아침 먹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배가 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