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이경희] 지도전쟁
마크 몬모니어 지음, 손일 옮김
책과 함께, 336쪽, 1만5000원
세계 지도에서
그린란드 북부와 남극의 대부분이 생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은 공 모양의 지구를 평면에 옮기다 보니 일어나는 지도의 왜곡 때문이다. 가로.세로.직각으로 뻗는 위도와 경도를 맞추는 '
메르카토르 도법'에 따라 지도를 그리다 보면 점 하나에 불과한 남극점과 북극점이 무한정 넓어진다. 그러나 선원들이 항로를 지도에 쉽게 표시할 수 있었기 때문에 16세기에 개발된 이 도법은 생명력을 부여받았다. 유럽의 아메리카.아프리카 대륙 개척에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메르카토르 도법은 서구 제국주의의 상징물로 정치적으로 공격받는다. 이른바 '지도 전쟁'이다. 저자는 16세기 과학계의 거인이었던 메르카토르의 도법을 둘러싼 사회사를 깊이 파고든다. 지도학에 대한 사전지식이 있다면 흥미롭게 읽을 만한 책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