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정재숙] 즐거운 소풍
이경애 지음, 하지권 사진
대숲바람, 296쪽, 1만2800원
서울 삼청동 칠보사에는 여느 절집과 다른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오백 살 먹은 느티나무도 좋고
인왕산과
북악산 사이의 삼청 계곡으로 이어지는 산길도 정겹지만 더 멋진 것은 한글 글씨다. 흔히 읽기 어려운 한자를 써붙인 대신 쉬운 한글이 손님을 맞는다.
대웅전 현판은 '큰 법당', 여섯 기둥에 붙은 주련(기둥이나 바람벽 따위에 장식으로 써붙이는 글씨)도 '둥글고 가득한 지혜의 해 / 캄캄한 번뇌 없애 버리고' 같은 정겨운 우리 한글이다. 석주 큰스님은 당시 "어떻게 한글로 현판과 주련을 쓸 생각을 했느냐"는 질문에 "내가 무식해서 한문을 잘 몰러"라고 일축했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칠보사뿐이 아니다. 전국의 사찰을 순례해온 이경애씨는 '즐거운 소풍'에서 "(서울에) 얼마나 예쁜 절집들이 많이 숨어 있던지, 마치 보물 찾기를 하는 것 같았다"고 말한다. 이씨는 지난 한 해를 꼬박 동네 어린 친구들과 함께 서울 절집을 소풍 다녔다. 서너 시간 산책하듯 다녀온 사찰부터 도시락 싸들고 하루 종일 발품을 판 절집까지 아이들이 좋아한 사찰 스무 곳을 묶은 이 책은 "이번 주말에는 어디를 갈까" 고민하는 가족에게 좋은 나들이 길라잡이가 될듯하다.
바른 음식 공부를 수행의 방편으로 삼고 있는 대안 스님이 만든 '우리 아이 건강을 생각한 퓨전 채식 도시락'이 부록으로 붙어 있어 먹을거리 준비도 손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