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짧은 헤어커트로 다가온 체구가 작은 아이.

30초짜리 모 통신회사 광고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한눈에 사로잡았던 임은경의 또 다른 이름은 ‘신비소녀’였다.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녀는 서서히 자신의 존재를 알려갔다.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연기자로서의 다양한 모습을 선보인 임은경은 최근 개그맨 김제동과 함께 MBC 느낌표 ‘눈을 떠요’의 MC로 활약하면서 그늘진 사회 곳곳에서 눈물 흘리는 이들을 어루만지는 수호천사 역할을 하기도 했다.

임은경이 주목 받았던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부모가 언어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밝히기 쉽지 않았던 가족사가 공개 된 후에도 임은경은 말이 없었다. 개인적인 가족 이야기를 자신의 입을 통해 털어 놓는 다는 일이 쉽지 많은 않았기 때문이다.

말없던 그녀가 <붕어빵의 꿈>(현문미디어. 2006)이라는 동화로 가족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책을 읽은 어린이들에게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고통 속에서도 얼마나 꿋꿋이 살려고 애쓰는지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장애인이 차별받는 세상을 몸소 체험하며 자란 임은경은 “크면서 많은 상처를 받았고 친구도 변변히 사귀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부모와 삼촌 모두가 청각, 언어 장애를 앓았기 때문에 유일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은 할아버지뿐이었다.

그러나, 임은경은 삶을 비관하지 않았다. 가난한 장애부모 밑에서 자라면서도 가슴안에 간직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우연한 기회로 모델제의를 받고 CF 스타로, 연기자로 자리매김 하기 까지 어려운 순간도 있었지만 한 길을 오롯이 밟아 올 수 있었던 이유도 이 같은 희망과 굳은 의지 덕분이었다.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주는 삶을 살겠다”는 임은경의 이야기는 <가방 들어주는 아이>(사계절. 2002)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야의 일기>(대교. 2003)의 저자 고정욱씨의 손길을 거쳐 책으로 묶였다. 소아마비를 앓고 있는 1급 지체장애인인 저자는 장애 부모를 둔 가족의 이야기를 편견 없는 시선과 맑은 문장으로 써냈다.

9000원짜리 책 판매수익의 1%를 적립해 장애인 단체에 기부할 계획이라는 임은경의 <붕어빵의 꿈> 팬 사인회는 5~7 일 서울 시내 대형 서점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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