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부를수록 멀리 계시고, 사랑은 품을수록 아픕니다. 밤새도록 걸어가 어느 잠 못 드는 영혼 곁에서 그의 풍경이 되고 싶습니다.
봄엔 기억들이 붉은 옷을 입지요. 아지랑이는 봄의 멀미 아닐는지요. 바람이 창을 흔들더니 간밤에 꽃잎이 졌군요.
꽃잎 진 자리에 푸른 그리움이 돋습니다. 하지만 늙어 등 굽은 고향은 청색 바람에도 일어나질 못합니다. 풀잎이 흐느낍니다.
봄날 누가 세상을 떠날까요. 우리들은 어디에 걸려 있나요. 그대들의 외로움이 보입니다. 문득 아버지가 그립습니다.
가슴을 적시는 소나기. 젖은 땅을 체온으로 말리는 사람들. 우리들이 버린 숱한 꿈들도 어디에서인가 땡볕에 익어가겠지요. 그대들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처마 끝 풍경 소리가 처연합니다. 결 좋은 이 바람은 누가 빗질해 보낼까요. 달이 차오를수록 마음은 가여워지지요. 그래서 가을비는 마음에 내립니다. 우리는 늘 너무 쉽게 가을을 건너가지요. 갈대. 저 처연한 흰 손은 누굴 향한 절규인가요.
나그네는 어딘가에서 눈을 만나 눈사람이 되겠지요. 그 옛날엔 화롯가에 둘러앉아 옛날 얘기를 구워먹었지요. 지나온 시간을 밟으면 눈물납니다-.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