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만화를 이야기하려니 왜 이렇게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일까? '일드(일본 드라마) 마니아'라면 <전차남>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2004년에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소설(나카노 히토리 지음)이 출간돼 화제가 됐으며,
이토 미사키와
이토 아츠시가 주연했던 드라마도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전차남>. 이제 단행본 만화로도 만날 수 있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태어나서 연애라곤 한번도 못해본 남자가 우연히 지하철에서 환상적인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져 고백에 성공하기까지의 과정과 고민을 인터넷 게시판에 털어놓는다는 내용.
이 만화는 실제로 화제가 됐던 보통 남자의 이야기가 인터넷이란 특수한 환경을 만나 더욱 실감나는 이야기가 된 것. '인터넷'과 '지하철'이라는 환경 덕분에 우리의 <
엽기적인 그녀>와도 비슷해 보인다.
'전차남'이 고민을 널어놓는 커뮤니티 사이트 '2ch'는 실제로도 존재하는 일본의 커뮤니티 사이트다. 만화에서 그려지는 '2ch'의 독신남 게시판은 실제로 연애라곤 언제 했는지 기억조차 하지 않는 독신남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이 말하는 '나이'도 연애를 해본지 얼마나 오래됐냐는 것에 따라 달라진다.
각종 장르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전차남>을 떠올리면 가슴이 벅차오르는 이유는 연애경험이 한번도 없다는 '전차남'의 고민에 대한 세밀한 묘사도 그렇지만, 그들의 끈끈한 우정이나 진심어린 응원이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독신남 게시판에 모인 그들도 저마다 다른 처지에서 '독신남'이 됐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흔히 말하는 '은둔형 외톨이'도 있고, 연애를 포기하면서 '미소녀 오타쿠'가 된 사람도 있다.
이 사람들이 연애를 포기했거나,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차남'의 경우 연애에 대한 '테크닉(?)'의 문제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용기를 갖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것들이다. 손을 잡아도 될까? 그리고 그녀에게 좋아한다고 말해도 될까? 이런 고민들은 대부분 그녀의 거절을 두려워해 그나마 유지했던 관계도 단절될까 걱정하면서 생기는 것들이다.
실패에 대한 뒷감당도 충분히 견뎌낼 수 있다는 확신을 할 수 있을 때만 진정한 용기를 얻게 된다. <전차남>의 결말은 이야기 구조상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만, '전차남'이 오랜 망설임과 고민 끝에 내린 용기가 이끌어낸 결말이라는 것을 알면, 그 감동은 독자 여러분들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전차남'의 이야기를 자신의 일처럼 걱정하고 기뻐하는 사람들의 끈끈한 정까지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런 이름모를 사람들의 감동적인 '정' 때문에 그래도 살아볼만한 곳인 것 같다. 용기와 정, 이것은 <전차남>의 감동을 이끌어내는 핵심적인 요소다. 용기 있는 자, 진정한 사랑은 당신의 몫이다.
변신을 꿈꾸는 당신, 이 남자들을 주목하자이 남자들의 변신 스토리에는 모두 '용기'라는 덕목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속적인 성공이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성공한 삶'을 산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용기 있는 이들이다. 위기에 빠진 타인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은 사람도 '용기'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우리는 누구나 용기를 필요로 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그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선택을 믿고 끊임없이 나아갈 수 있냐는 용기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는 말도 있지만, 용기 있는 자는 미인을 넘어 세상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 같다. 게다가 이 남자들은 다름 아닌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보통의 '소심남'들이다. 그들의 '용기'는 그래서 더욱 감동적이다. 용기가 없는 당신, '쿠로사와'와 '전차남'이 당신에게 진정한 용기에 대해 가르쳐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