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출신으로 200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존 쿳시(66)의 첫 소설집 '어둠의 땅'(들녘 펴냄)이 번역돼 나왔다.

쿳시는 소설 '야만인을 기다리며' '철의 시대' '마이클 K' 등을 통해 남아공이 안고 있는 인종 갈등, 식민주의와 제국주의, 휴머니즘과 폭력 문제 등을 드러내온 작가다.

'어둠의 땅'은 1974년 발표한 작품집으로 두 편의 중편소설 '베트남 프로젝트'와 '야코부스 쿳시의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베트남 프로젝트'는 작가가 1965-1971년 미국에 거주할 때 한창 벌어졌던 베트남 전쟁에 관련된 글이다. '야코부스 쿳시의 이야기'는 작가의 조상에 해당하는 인물이 18세기에 남아프리카 내륙을 여행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작품은 직접적 연관이 없지만 식민주의 문제를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다. 원제 'dusklands'는 남아프리카나 베트남의 식민주의가 '어둠의 땅'인 유럽과 미국의 산물임을 가리키는 제목이다.

두 소설은 특이하게도 식민주의를 비판하거나 피해자의 상황을 그린 것이 아니라 가해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끌고 간다.

'베트남 프로젝트'의 주인공 유진 돈은 미국의 군사전문가이다. 베트남인을 위한 '뉴 라이프 프로젝트'에 참여한 그는 기존 군사전략과 군 수뇌부를 비난하며 신화를 근간으로 자신만의 군사전략 보고서를 제출했다가 퇴짜를 맞는다.

그는 자신을 외면하는 직장 동료들, 리포트를 쓸때 자신을 괴롭혔던 베트남의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한적한 시골 모텔로 숨어든다. 그러나 이미 심각한 정신분열을 겪고 있던 그는 경찰에 붙잡혀 정신병원에 수용된다.

'야코부스 쿳시의 이야기'는 18세기 네덜란드 이주민인 야코부스 쿳시가 코끼리 사냥을 위해 노예들과 아프리카 남부로 이동하는 과정을 그렸다. 철저한 식민주의자인 그는 그레이트 나마콰 지역에서 병을 얻어 원주민의 보호를 받지만 그들을 야만인이라며 경멸한다.

주인공은 나마콰족과 융화된 하인들을 둔 채 홀로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원정대를 결성해 나마콰 지역으로 돌아가 원주민을 몰살하고 배신한 하인들도 모두 죽인다. 왕은철 옮김. 220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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