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서울 서남부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 정모(37)씨가 저지른 것으로 밝혀진 강도살인 등 10건 외에 3건의 범행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이에 따라 정씨의 강도상해 범행은 모두 13건으로, 피해자는 19명(사망자 5명, 중경상 14명)으로 늘어났다. 정씨는 경찰 조사결과 중 반성이나 죄책감은 커녕 “범행 후 만족감을 느꼈다”고 진술해 다시 한번 충격을 안겨줬다.

미연방수사국(FBI)에서 ‘범죄심리분석관’이며 연쇄살인범에 대한 수사 및 면담인의 대가로 알려진 로버트 레슬러가 쓴 수사기록 <살인자들과의 인터뷰>(바다출판. 2004)에 따르면 어린 시절에 심각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자라서도 완전히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다고 한다. 경찰조사가 더 진행된 후에야 알겠지만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잔인한 방식으로 살인을 저지른 정씨의 유년시절 역시 의심해볼만 하다.

책은 애정이 없는 어머니, 학대를 일삼는 아버지나 형제들, 손 놓고 구경만 하는 학교, 있어도 소용없는 사회복지단체, 정상적인 성관계를 맺지 못하는 본인의 무능력 등의 조건이 이상성격자들을 만들어낸다고 주장했다. 결함 있는 가정과 사회는 범죄행동과 환상을 키우는 온실 같은 환경을 만들어 내 결국에는 무시무시한 비극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로버트 레슬러는 12건의 사건과 사연을 통해 ‘묻지마 살인’의 주인공들은 ‘비뚤어진 성 관념’을 갖고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불우한 어린 시절을 겪었다고 해서, 성적 능력에 있어 문제가 있다고 해서 모두 살인자가 되지는 않지만 거꾸로 말해 많은 연쇄살인범들이 이런 공통원인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살인자들은 `분열된 자아`와 싸우고 있는데 저자는 통제 불능이 되버린 이들을 말릴 방법은 수사시간의 단축이 아니라 과학적이고 심리적이 범죄연구를 통해 잠재적 살인자를 예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살인자들과의 인터뷰>는 1992년 미국에서 첫 출간된 이후 범죄심리를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책이자 최고의 고전으로 꼽히고 있다.

로버트 레슬러는 한번 살인을 한 뒤 시차를 두어 유사한 방법으로 살인을 반복하는 범죄자들을 일컬어 `연쇄살인범(serial killer)`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그의 수사 경험은 살인 용의자 정씨가 즐겨 봤다는 `양들의 침묵` `한니발` 같은 소설의 소재가 되기도 했으니 사건을 풀어나가는데 하나의 실마리가 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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