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연애시대’의 원작 <연애시대>(소담. 2006)의 작가 노자와 히사시(Nozawa Hisashi)는 구성작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제9회 키도상에 응모한 `V마돈나 대 전쟁` 이 입선돼 24세에 시나리오작가로 데뷔 했다. 이후 일본의 인기 배우 야쿠쇼 코지와 츠마부키 사토시가 주연해 화제를 낳은 TV 아사히의 스페셜 드라마 `성채 없는 자` , 1998년 기무라 타쿠야가 주연한 ‘잠자는 숲’등 수 많은 드라마 히트작을 남기며 인기작가로 부상했다.
소설로는 1997년 <파선의 맬리스>로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소설 <연애시대>로 제4회 시마세 연애문학상을 수상했다. 감각적 문체와 특유의 스토리 구성력으로 작품성과 대중성 모두를 인정받으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그의 급작스런 자살 소식(2004)은 일본열도를 충격과 슬픔에 빠뜨렸다. 44세라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그의 자살 원인은 명확히 알려진 것이 없어 많은 의혹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유작인 <연애시대> 는 노자와 히사시의 감칠 맛 나는 대사와 세련된 감각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다. 이혼 한 두 사람 수영선수 출신의 스포츠센터 강사 에토 하루와 서점 점장인 하야세 리이치로의 이야기가 교차적으로 펼쳐지는 원작은 드라마와 흥미롭게 비교된다.
“결혼기념일에 만나는 게 이상하면 말야. 이혼기념일에 만나는 건 어때?”(동진) “총 맞았어? 화이트데이를 당신이랑 보내게”(은호)
‘결혼기념일’날 만나는 일을 두고 두 사람이 옥신각신하던 장면이 소설에서는 보다 자세히 묘사된다.
"하지 말기로 해, 결혼기념일에 만나는 것만큼은"
"왜?"
"다 끝나버린 결혼을 어떤 얼굴로 축하해야 하는데?"
"작년에는 좋아하면서 레스토랑에 왔잖아"
"좋아한 적 없어"
"모양내고 왔잖아. 발찌 같은 것도 하고"
"당신이 외로워 보이는 목소리로 `같이 밥 먹자 어?` 하니까 나온 거야"
"호텔 디너가 50퍼센트나 할인되잖아. 아깝지 않아?"
"이혼한 부부가 결혼기념일에 같이 식사한다는 것에 위화감은 못 느껴?"
"못 느껴"
"그럼 좀 느껴줄래? 난 말이지 디저트로 멜론이 나올 때쯤 우리 이런 식으로 자꾸 만나면 안 되는 데 부도덕한 짓인데, 라는 생각이 들거든"
"어차피 생각할거면 디저트 나올 때 쯤이 아니라 레스토랑에 오기 전에 생각하지 그래"
"그게 맛있거든 고베산 비프스테이크"
"결혼기념일이 이상하면 이혼기념일에 만날까?"
"더 이상하잖아. 무엇보다 내가 왜 당신이랑 그 중요한 밸런타인데이를 같이 보내야 하는데? 농담이라도 그런 소리 말아줘"
드라마에서 만난 명대사 명장면들을 자세히 묘사한 노자와 히사시의 문장에서 읽는 맛이 느껴진다.
“잘 생각해보면 그녀와 난 매달 두세 번은 만나고 있고 데이트로 돈을 쓴 거라 생각하면 뭐, 1년에 20만 엔은 건지는 셈이었다. 그녀와 만날 때 먹고 마시는 건 각자 부담이니까. 나도 어지간히 쪼잔 하네”
리히치로의 독백 역시 잔소리 많고 작은 일에 잘 토라지는 동진의 캐릭터를 보다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연애소설>은 드라마의 명장면, 명대사에 감동받은 이라면 매료 될 만한 매력적인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