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사람들이 책을 잘 읽지 않는데는 두 가지 맹점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책을 잘 읽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고, 둘째는 그 지식의 효용가치를 모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책을 읽으면서 아직도 책의 효용가치를 못 느끼고 있으니 책을 읽으면서도 부끄러워요.-.쪽
서삼매경에 빠져 있는 링컨을 보고 어떤 친구가 말을 걸었다. 책이란 읽으면 금방 잊어버릴 텐데 왜 계속 읽고 있나? 이에 대한 링컨의 대답. 자네는 왜 매일 구두를 닦나? 한 번 나갔다 오면 금방 더러워질 텐데. 우리는 하루에 세 번 밥을 먹는다. 귀찮은데 하루에 세 번씩이나. 그것도 하루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살아 있을 동안 계속 그 일을 반복한다. 밥은 입으로 들어갔다가 뒤로 나와 버리는 것이지만, 그 과정 중에서 영양분이 흡수되어 몸을 건강하게 만든다.-.쪽
독서도 이와 같은 것이다. 읽고 나면 다 잊어버리지만, 그 영양분만은 없어지지 않고 우리의 정신적인 자양분이 된다. 이 정신적인 자양분이라는 문제에는 다소 설명이 필요하다. 우리의 몸은 영혼과 마음과 육체로 구성되어 있다. 마음은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현재의식이고, 다른 하나는 잠재의식이다. 이 잠재의식은 영혼이라고도 하고, 참 자아라고도 하고, 하느님이라고도 한다. 종교에 따라서 부르는 방법은 각각 다르지만, 그 기능은 똑같다. 우리가 독서를 할 때는 마음이라는 것이 움직인다. 그래서는 얻은 정보와 지식을 현재의식으로 기억할 것은 기억하고, 잠재의식으로 보낼 것은 보내게 된다. 잠재의식으로 들어간 것은, 마치 잊어버린 것처럼 된다. 그러나 잊어버리는 것은 하나도 없다. 잠재의식 속으로 들어간 것은 필요할 때가 되면 언제든지 되살아나서 사람의 행동을 좌우하게 된다. 가령, 어떤 책에서, 애국심이라는 것은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필요한 것이다'라는 문장을 읽었다고 하자. 이 문장을 읽을 때는 감명을 받았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까맣게 잊어버리고 만다. 그러나 나라가 위기를 닥치는 어느 순간이 되면 잠재의식에 숨어 있던 그 문장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나서 행동의 방향을 틀어놓는다. 만일 독서를 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생각을 가질 리도 없고, 가지지 않았더라면 잠재의식에 그런 것이 들어가 있지도 않았을 것이고, 잠재의식이 그의 행동을 틀어놓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독서는 생각의 지침이 될 뿐 아니라, 행동의 지침이 되고, 또 운명의 지침이 되는 것이다.-.쪽
재미있다는 것은 내 취향에 맞는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나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은 하나도 빼지 않고 모조리 다 읽었다. 독서란 이런 것이다. 자기에게 맞는 책을 읽으면 그만이다. 꼭 읽어야 할 책이라는 것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어른들이나 학교, 혹은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고전이나 양서 위주로 독서를 하도록 권하고 있다. 그러니까 그런 강요가 오히려 독서의 매력을 줄이게 하고 있는 것이다. 본인이 만화가 좋으면 만화를 읽는 것이고, 저속한 탐정소설이 좋으면 그걸 읽는 것이고, 음탕한 섹스 소설이 좋으면 그걸 읽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독서에 재미를 붙이게 되고, 그러다 보면 독서 수준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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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미에서 과거는 독서가 별로 유용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은 바쁘게 변하고 있다. 그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그래서 앞으로는 독서가 한가한 사람의 시간 보내기 정도의 쓸모 없는 일로는 되지 않을 것이다.
=>종종 미국에서 뭐하고 지내?라고 물을때 독서해라고 대답하기 곤란할때가 있답니다. 왠지 독서만으로는 특별히 할일없는 사람으로 비춰지기 십상이거든요.-.쪽
간단히 말하면 독서를 통해서 사람만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세계문명이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서양 사람들이 마음의 안식과 지구문명의 구원을 위하여 그들의 독서가 기독교에서 힌두교와 불교 쪽으로 엄청나게 바뀌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쪽
지식이란 얻으면 당장 써먹을 수도 있고, 어떤 기회가 와야 써먹을 수 있게도 된다. 그러나 얻어진 것은 언젠가는 써먹을 수 있으니까 당장 써먹지 못한다고 해서 앙탈을 하거나 아예 집어던져 버릴 필요는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얻는 것은 깨달음이다. 깨달음이라고 해서 불교에서 말하는 견성 같은 큰 종교적인 것은 아닐지라도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소소한 것을 계속 깨닫게 된다. 깨달음이 많으면 자기도 모르게 자연히 이노베이션이 이루어진다. 최고의 이노베이션은 역시 깨달음에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 뜻에서, 사람이 죽어서 가지고 갈 것은 책밖에 없다. 물질적인 모든 것,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다 놓고 가지만, 책에서 얻은 지식은 고스란히 가지고 간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게 되는거겠지요.-.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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