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과연 특별한 나라인가
김봉중 지음 / 소나무 / 2001년 9월
구판절판


우리가 미국을 생각할 때 무엇보다도 먼저 떠오르는 것은 광활한 서부이다. 그리고 그 서부라는 의미를 더욱 포괄하는 단어가 프런티어이다. '서부'라는 용어는 단순히 어느 지역을 가리키는 말에 불과하다. 반면 프런티어는 그러한 지역적, 외형적인 의미 그 이상을 함축하고 있다. 거기에는 미국의 정신이 담겨 있고, 미국 역사의 독특함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보통 국경이란 개념은 정체적이고 방어적이다. 각 민족들은 그들이 국경이라고 주장하는 곳에다 테두리를 긋고 그곳을 지키기 위해서 몸부림쳤다. 그래서 정체적이면서도 처절한 분위기가 감도는 것이 국경이다. 국경은 날카로운 주권의 가장자리이며 온갖 희생을 무릅쓰고 지켜야 했던 최후의 방어선이다. 물론 힘이 강한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가 갖는 국경의 의미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힘이 강한 나라에게 국경이란 다른 경계로 진출하는 관문關門이었지만 힘이 약한 나라의 경우 그것은 지켜야 하는 보루堡壘의 역할을 했다. 문이든 보루이든 국경 분쟁의 도화선이 국경이었고 그것을 마무리하는 의정서나 조약의 주요한 의제가 국경이었다.-.쪽

하지만 미국에게 국경이란 정체적이지 않고 지극히 유동적인 것이었다. 지금의 미국 국경으로 정착되기까지 국경이란 그 정체가 모호했다. 그 존속 기간도 지극히 짧았다. 왜냐하면 국경은 항상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의식 속에 경계선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국경은 곧 굳어진 벽으로서가 아니라 항상 탄력적이고 지리적으로 움직이는 것이었으며, 그러다가 국경의 존재 자체도 사라져 버리는 그런 것이었다. 여기에서 관문이니 보루니 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었다. 물론 보루보다는 다른 경계로 진출하는 관문으로서의 역할이 더욱 강했지만 관문이라기보다는 그냥 삶의 한 부분이요, 거쳐가는 지역이었다. 결코 국가의 한계를 나타내는 것으로는 사용되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미국 프런티어에 대한 월터 웹Walter Webb의 지적을 인용해 볼 만하다.

미국인들은 프런티어를 그들 영역 안에 놓여 있는 것이지 나라의 끝 모서리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거기서 정지하라는 경계선이 아니라 새로운 곳으로 나아가는 관문이었다.-.쪽

미국이 경제적 평등 면에서는 민주주의의 노정에서 겪어야 할 홍역을 비교적 수월하게 겪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치적 평등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여기서 유럽과 비교해서 특이한 현상은 유럽의 경우 개인이나 계층의 신분적ㆍ정치적 평등을 구현하기 위해서 투쟁의 역사를 겪었다면 미국의 경우 지역적 평등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미국의 남북 대결은 미국사의 독특한 영역을 차지한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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