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채기 하나가 승부를 갈랐다.

지난 23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05~2006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모비스는 2연패 뒤 1승으로 삼성을 추격할 수 있었던 기회를 가로채기 하나에 어이없이 무너졌다.

이날 경기에서 모비스는 85-86으로 뒤진 경기 종료 7초 전 파울 작전을 펼쳤으나 삼성은 서장훈이 자유투 2개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모비스 벤치에 찬물을 끼얹었다.

경기 종료 직전 88-85로 뒤진 모비스는 마지막 공격기회를 삼성의 이정석에게 가로채기를 당해 3점슛으로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가려던 꿈을 접어야 했다.

경기가 끝난 후 삼성의 안준호 감독은 25일 열리는 4차전에서 “마침표를 찍겠다”고 결의를 다졌고, 정규리그 1위인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고개를 떨궜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이 ‘가로채기’를 통한 종족번식이 종종 이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수컷이 암컷을 차지하는 정통적인 방법은 물론 서장훈 선수 같은 ‘체력’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것이지만, 때로 이정석 선수처럼 타이밍을 활용한 ‘가로채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은연어의 수컷은 암컷 곁에 바싹 붙어서 암컷의 방란에 맞춰 방정하여 알을 수정시킨다. 그러나 암컷에 접근하기 어려운 작은 수컷은 바위 그늘에 찰싹 달라붙어 있다가 다른 수컷과 암컷의 난자와 정자가 만나려는 순간 재빨리 가운데로 들어가 방정을 하고 줄행랑을 친다. 그야말로 가로채기에 이은 덩크슛이다.

동물행동학자 오바라 요시차키가 지은 <이브의 가슴>(휘닉스.2006)에는 동물의 세계를 통해 인간 가족의 기원을 파헤친 책이다.

육아를 포기한 곰에서 가족까지 팽개치고 외도를 즐기는 바람난 새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동물들의 생식활동이 유쾌하게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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