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퐁듀' 먹기 접시 위에 놓인 이야기 3
백승국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01년 5월
품절


'퐁듀'먹는 법 아세요?
퐁듀는 스위스의 전통요리입니다.
긴 꼬챙이에 끝에 음식을 낀 다음, 녹인 치즈나 소스에 담갔다가 먹는 음식이지요.

재미있는 벌칙하나!
'퐁듀'용 포크가 길다보니, 종종 포크 끝에 꿴 빵이나 고기를 떨어뜨리곤 하는데, 만일 여성이 떨어뜨리면 무조건 오른쪽 남성에게 키스를 해야하고, 남성이 떨어뜨리면 그가 와인을 한병 사야 합답니다.

이렇게 매너를 알고 먹으면 음식 맛이 더욱 각별해집니다.

=>와인과 함께 먹는 퐁듀는 참 맛있어요. 하지만 처음 먹은 사람들은 대부분 퐁듀가 맛있는줄 모릅니다. 먹다보면 끌리는 음식이랍니다.-.쪽

《엄마가 딸에게 주는 부엌의 지혜》를 번역한 박금옥 씨는 인생의 행복을 가져다 주는 맛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인간의 궁극적인 관심사는 즐거움이고, 그 가운데 하나가 음식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맛을 낼까 궁리가 필요하다. 인생도 어떻게 맛있게, 멋있게 살까 궁리해야 한다. 그렇게 노력하는 사람은 분명 행복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있는 사람이 아닐까.'
영화 <담포포>를 보면서 느낀 점 또한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인생도 맛있게, 멋있게 살 줄 안다'는 것이었다.
남편 없이 혼자서 아이를 기르며 어렵게 생활하지만 담포포에게 있어 라면은 자신의 힘겨운 삶에 뚜렷한 목표를 주고, 또 그녀를 완성할 수 있게 해 주는 존재가 된다. 어떻게 하면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을까 연구하고, 그러는 과정에서 삶에 대한 행복도 찾아간다. 그래서 영화 <담포포>를 보고 나면 삶이 맛있게 느껴진다.

=>읽는동안 라면이 먹고 싶어지네요.-.쪽

생선의 맛과 와사비의 향을 구별해라
생선회를 먹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초고추장을 따르고 간장에 와사비부터 잘 개는 것이다. 그런 다음 생선회를 찍어 먹는데, 이렇게 하면 사실은 생선회 먹는 법에 어긋난다. 원래는 생선회 위에 와사비를 얹고 말 듯이 한 후 간장을 묻혀 생선의 맛과 와사비의 향을 즐기면서 먹어야 한다. 처음부터 와사비를 간장에 풀어 먹으면 와사비의 향이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때 붉은 살 생선의 경우는 간장에 찍어 먹는 것이 낫고 흰 살 생선의 경우는 약간 새콤한 초간장에 찍어 먹는 것이 생선의 맛을 잘 살려 준다. 생선회를 먹을 때 늘 곁들여지는 연분홍색의 초생강은 입 안의 비린내를 없애는 효과를 주기 때문에 생선회를 다 먹고 난 뒤 이 초생강을 먹으면 입 안이 개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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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시'라고 불리는 생선 초밥은 젓가락으로 먹어야 되는 줄로 알지만, 손으로 집어먹어도 괜찮다. 단 '데시보리'라고 하는 물수건에 먼저 손가락을 닦고 먹어야 하는데, 이때 한식집에서처럼 물수건을 펴서 손 전체를 닦는 것이 아니고 접혀 있는 물수건을 손가락으로 집듯이 닦으면 된다. '우리 식'처럼 물수건을 쫙 펴서 마치 세수하듯이 닦는 것은 절대 금물!
생선 초밥을 먹을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간장이다. 초밥을 간장에 찍을 때는 젓가락을 약간 기울여 밥 쪽보다 생선 쪽에 간장이 닿도록 해서 먹으면 된다. 또 초밥은 처음 만들어 놓은 모양이 일그러지게 잡으면 안 된다. 기본적으로 형태가 부서지지 않게 한입에 먹도록 되어 있으므로, 생선회를 벗겨 내고 소스를 묻힌다든지 초밥을 반으로 잘라 먹는 일은 삼가야 한다. 음식을 만든 사람의 정성을 생각하는 것도 중요한 예절이다.-.쪽

마르코 폴로가 13세기경 중국의 우동을 보고 베네치아로 가져온 것이 시초가 됐다는 파스타.

=> 몰랐던 사실이예요. 오호..-.쪽

음식의 맛이란 '입맛'이 아니라 바로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마음과 정성'이다.-.쪽

감각이 주는 기쁨을 누린다는 것이 죄악이라 여겼던 마을 사람들은 오감을 행복하게 해 주는 바베트의 요리를 먹고 나서도 차마 그녀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 못한다. 그러나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이들은 기쁨에 차서 서로의 손을 잡고 놰를 부르는 것을 그 특별한 만찬에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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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베트가 마련했던 만찬 풀 코스 요리의 이름은 '카이유 엉 사쿠파쥬'인데, 이 요리는 풀 코스 프랑스 정식 요리 중에서도 가장 고급 요리에 속해 극소수의 왕실 귀족들만이 즐겼다는 얘기가 있다. 이 요리의 메뉴표를 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미소'의 샴페인
베브 클리코 _ 1860년산 북프랑스 지방의 맛이 강한 샴페인.

'대화'의 애피타이저
터틀 수프 _ 거북으로 만든 맑은 수프.
블리니스 데미도프 _ 송어를 갈아 걸쭉하게 모양을 만들어 캐비아를 곁들인 요리.

'이해'의 와인
클로 드 보줘 _ 1845년산으로 병의 목 모양이 짧게 생긴 북프랑스 지방의 레드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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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와 용서'의 메인 요리
메추리와 송로버섯 요리 _ 만찬의 주요리로, 용기 모양으로 만든 빵에 송로버섯('흑공주' 또는 '음식의 다이아몬드'란 별명을 갖고 있는 송로버섯은 세계 소비량의 3분의 2를 프랑스에서 생산하는데, 땅속에 있는 것을 찾아야 하므로 돼지가 그 독특한 향기를 찾아 땅을 파 놓으면 사람이 파낸다. 향기가 매우 독특한 버섯이다. 대개 버섯만으로 요리하는 것은 아니며, 바다 생선이나 고기를 갈아서 양념하여 네모진 그릇에 담아 굳히는 테린느로 만들고 소스에도 넣는다.)을 채워 넣은 메추라기를 집어넣고 오븐에 구운 뒤 최고급 포도주를 이용한 소스를 끼얹는 음식.

'영혼을 정화'시키는 디저트
신선한 야채를 곁들인 샐러드, 치즈 케이크, 포도, 파인애플 같은 신선한 과일, 바에마크 샴페인(디저트 중간에 커피와 함께 곁들여지는 술로 소화를 잘되게 함).-.쪽

바로 이런 요리를 먹으며 로렌스는, 자신이 젊었을 때 프랑스에서 최고급 레스토랑으로 꼽히던 '카페 엉글레'에서 먹었던 '카이유 엉 사코파쥬'를 떠올린다. 우린 이 영화를 보면서 바베트의 숙련되고 능숙한 요리 솜씨에도 놀라워하지만, 요리를 하면서 홀 서빙을 맡은 소년에게 내리는 정확한 지시 사항에 '요리사가 그저 음식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테이블 매너도 훤히 꿰뚫고 있어야 되는구나' 하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그 한 예로 바베트는, 소년이 물을 갖고 나갈 때 물은 작은 잔에, 샴페인을 따를 때는 길고 좁은 잔인 플류트에 따르라고 일일이 지시를 해 준다. 또 로렌스가 클로 드 보크 와인을 더 찾자, 바베트는 소년에게 와인을 테이블에 병째 놓고 오라며 손님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는다. 유난히 맛을 밝히는 미식가를 프랑스어로 '구르메'라고 한다. 역사상 구르메들은 절대 권력자이거나 한 시대의 문화를 이끌던 지식인들이었다. 그들은 남들보다 풍족한 생활을 즐기면서 타고난 예리한 감각을 동원해 미식을 즐겼다.-.쪽

포도주는 사람과 같아서, 포도나무는 주위의 삶을 모두 빨아들여 개성을 갖게 된답니다.-.쪽

전채 요리는 에스카르고이다. 그런데 전채 요리란 용어가 낯선 분들을 위해 약간의 설명을 덧붙여 보면, 오르되브르 또는 애피타이저라 불리는 전채 요리는 앙트레라 불리는 메인 요리 이전에 먹는 엑스트라 요리이다. 대개 이때 나오는 요리는 앞으로 먹게 될 생선이나 고기 요리를 맛있게 먹기 위해 위액이나 타액의 분비를 촉진시키는, 식욕 촉진제 같은 요리인데 이날 에드워드가 주문한 에스카르고는 캐비아, 푸아그라와 함께 세계 3대 전채 요리로 꼽힌다. 전채 요리로 나온 에스카르고는 에스카르고 전용 그릇에 살만 꺼내어 나오거나 껍질째 나오기도 하는데, 뜨거울 때 먹어야 제 맛이 나고 껍질째 나올 때는 왼쪽에 용수철이 달린 에스카르고 집게와 오른쪽에 에스카르고용 포크(작고 포크 날이 2개임)가 함께 나온다. 먹는 방법은 집게로 에스카르고를 잡고 포크로 살을 끄집어내어 스푼 위에 올려 놓고 먹으면 된다. 이때 감칠맛나는 에스카르고 소스를 먹기 위해 빵을 사용하는 것은 에티켓에 어긋난다. 하지만 가족이나 격이 없는 친구와의 식사 때는 포크로 빵 조각을 찍어 접시에 펼쳐진 에스카르고 소스를 먹는 것도 괜찮다.
에스카르고는 프랑스인들이 자랑하는 세계 3대 진미 중 하나이지만, 그들은 정식 만찬에서 에스카르고를 먹지 않는다. 그 이유는 에스카르고 요리에 마늘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행여 자신의 입에서 나는 마늘 냄새로 상대방이 불쾌감을 느낄까 봐 먹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른다고 한다..-.쪽

영화 <귀여운 여인>을 보면 호텔의 조식(朝食)을 살펴볼 수 있는 장면이 나온다. 에드워드와 비비안이 호텔에서 첫날밤을 보낸 뒤 맞이한 아침. 그날 에드워드는 늦잠을 자는 비비안을 위해 아침 식사를 룸서비스로 주문해 놓는다. 그리고는 "뭘 좋아할지 몰라 모두 주문했다"는 말을 건네는데, 그때 호텔 룸에 차려진 아침 식사를 보면 주스, 시리얼, 크루아상, 버터와 잼, 스크램블드 에그, 베이컨, 커피 등이다. 이런 메뉴를 호텔에서는 '아메리칸식'이라고 부른다.
여행을 가서 호텔에 묵게 되면 룸에 호텔의 부대 시설 이용 방법과 식당 메뉴가 적혀 있는 안내판을 볼 수 있는데, 호텔 조식란을 보면 '콘티넨털식'과 '아메리칸식'이 적혀 있어 메뉴를 선택하기도 전에 용어에 미리 주눅부터 들 때가 있다.
그래서 여기서 잠시 호텔 조식의 종류를 짚고 넘어가면, 콘티넨털식이란 영국을 제외한 유럽식의 조식을 말하며, 빵과 음료만으로 이루어진 간단한 식사를 뜻한다. 반면에 아메리칸식은 미국에서 비롯된 조식 메뉴로 가짓수가 제법 많은데 주스와 과일류, 시리얼류, 달걀 요리, 토스트, 식후 음료가 나온다. 이때 스테이크를 주문해도 미디엄이냐, 웰던이냐, 레어냐를 따지는 서양인들은 달걀 하나를 주문받아도 손님에게 어떤 조리법으로 먹을 것인가를 꼼꼼히 캐물으니 당황하지 않으려면 미리 삶을 것인지, 삶으면 어느 정도 익힐 것인지, 프라이를 할 거면 베이컨을 곁들일 것인지, 스크램블드 에그를 할 것인지를 마음속에 결정해 놓는 것이 좋다.-.쪽

음식을 먹는 것은 그 나라의 문화를 먹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문화가 가진 '매너'를 이해하는 것이다. 손가락이 젓가락을 대신하고, 찰기도 고슬고슬한 쌀이 아닌 밀가루를 세끼마다 먹어야 하지만, 그래도 싫지 않은건,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가슴으로 부딪치며 온 몸으로 받아들이는 낯설지만 기분좋은설레임이 있기 때문이다.

'아, 여기도 사람 사는 세상이구나....'

=>그래서 모두들 여행을 떠나고 싶은가 봅니다.-.쪽

미식가들이 감탄하는 맛의 천국!

세계의 미식가들이 새롭게 주목하고 있는 맛의 천국 태국. 이곳의 음식은 더운 나라 특유의 자극적인, 달고 시고 짜고 매운 맛에다가 다양한 향신료와 소스까지 곁들여져 있다. 이는 더운 날씨에 음식이 상하지 않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태국 음식을 보고 어떤 종류인지 구별하려면 재료 이름 뒤에 어떤 단어가 붙는가를 보면 된다. '팟'은 볶음을 뜻해 태국 사람들이 즐겨 먹는 볶음밥을 '카오팟'이라고 하는데, 태국에 가면 꼭 한 번 먹어 볼 만한 요리로 꼽힌다. 돼지고기, 새우 등 재료를 듬뿍 넣어 담백하면서도 매콤하고 짭짤하게 양념을 해야 맛있다. 그리고 '얌'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샐러드 종류를, '톰'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찌개 종류를 뜻한다.

태국 요리는 일반적으로 밥과 세 가지 이상의 반찬으로 구성되는데, 이들이 주식으로 먹는 건 쌀이다. 하지만 태국에서 먹는 쌀은 우리 나라에서처럼 찰지고 몽땅한 모양이 아니라, 찰기 없고 긴 모양의 안남미이다. -.쪽

각각의 요리는 차례로 나오는 것이 아니고 동시에 한 식탁에 차려지게 되는데, 이때 카레 음식, 장류에 찍어 먹는 음식이 주요리가 되고 국과 샐러드 종류가 곁들여진다.

태국은 날씨가 덥기 때문에 커리 가루, 고추, 토메릭 등 향신료나 피시 소스를 써서 음식을 맵고 짜게 만드는 게 특징이다. 그래서 태국 음식에 익숙해지려면 한국의 김치 같은 역할을 하는 '프릭 남플라'에 입맛을 들여야 한다. 맑은 젓국에 매운 태국 고추를 잘게 썰어 띄운 것으로, 젓국과 고추 조각들을 몇 개 떠서 밥 위에 뿌려 비벼 먹거나 다른 음식들을 찍어 먹으면 된다.

태국의 재래식 식사 관습은 준비한 음식을 반상 또는 대나무나 원목으로 만든 마룻바닥에 모두 차려 놓고 둘러앉아 손으로 먹는 것이었다. 그러나 서구 문화가 유입되면서 손으로 먹는 식습관이 점차 스푼과 포크를 사용하는 식사 관습으로 변화되었다.

스푼과 포크는 개인의 접시에 담겨 있는 음식을 먹을 때만 사용하며, 다른 그릇에 담겨 있는 공동의 음식은 '천클랑'이라고 하는 공동 스푼을 사용하여 각자의 접시에 덜어 온 다음 개인의 스푼으로 먹는다.

태국인들은 식사 예절로 음식을 먹을 때 빨리 먹지 말 것, 소리내서 먹지 말 것, 음식을 씹을 때 입술을 오므리고 씹을 것, 음식이 입 안에 있을 때 말을 하지 말 것, 국물 있는 음식을 먹을 때 마시지 말고 숟가락으로 떠 먹을 것 등을 가르친다. 태국인에게 초대를 받았을 경우, 가장 주의할 점은 음식을 조금은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태국에서는 접시를 다 비우면 초대자가 손님을 초대해 놓고 음식을 충분히 준비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음식을 남기는 것이 주인에 대한 예의이다. 그래서 태국에선 늘 인원보다 많은 양의 음식을 주문하는 것이 미덕처럼 되어 있다.-.쪽

우리의 떡국처럼 설날에만 먹는 특별식은 무엇이 있는지 나라별로 살펴보자.

우선 일본에서는 섣달 그믐날 밤에 특별 야참인 '소바', 즉 메밀국수를 먹고 새해 첫날에는 모치와 된장국, '오세츠료리'를 우리의 떡국처럼 먹는다. 이날 먹는 오세츠료리는 검은 콩, 설탕에 절인 밤, 생선회, 연근 등이 찬합에 담겨져 나오는데, 각 재료마다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검은 콩은 근면과 성실, 연근은 연 뿌리에 난 구멍처럼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혜안을 갖게 해 달라는 기원이 담겨 있는 것이다.
영화 <철도원>에서 이런 장면을 볼 수 있다. 설날이 다가오자 주인공 오토(다카쿠라 켄)의 평생 친구 센지는 호로마이 역으로 설을 같이 지내기 위해 찾아온다. 그때 센지의 손에는 찬합 2개가 들려져 있는데, 이것이 바로 혼자 사는 오토를 위해 센지의 아내가 싸 준 설 음식'오세츠료리'이다.

음력 1월 1일을 최대의 명절로 꼽는 중국은 설 전날인 그믐날 자시(子時)에 조상에 대한 차례를 지낸다. 북방에서는 차례를 지내기 전 대부분 온 식구가 모여 물만두를 빚어 저녁 또는 정월 초하룻날 아침에 함께 먹으며, 남방에서는 찹쌀 경단을 만들어 먹는다. 그런데 이때 재미난 것은, 물만두를 빚을 때 만두 속에 사탕이나 땅콩, 동전, 찹쌀떡, 대추, 국수 등을 넣기도 하는데 일본의 오세츠료리처럼 하나하나에 저마다의 사연이 다 들어 있다. 사탕은 앞으로 1년 동안 사탕처럼 달콤하게 살라는 의미를 담고 있고, 대추는 자식을 낳으라는 의미이며, 땅콩은 득남을, 찹쌀떡은 승진을, 국수는 장수를, 동전은 금전운을 기원하는 의미를 갖는다. 이렇듯 만두 속에 넣는 소에 따라 저마다 깊은 뜻이 있는데, 우리 나라의 송편 속에 넣는 소에도 이런 재미있는 의미를 붙여 보면 어떨까!

일본과 중국처럼 이탈리아와 멕시코에도 설날에 모인 가족들을 위한 특별한 음식이 준비된다. 이탈리아에서는 섣달 그믐날 밤부터 새해로 이어지는 만찬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음식이 있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녹두를 넣어 요리한 음식과 발톱까지 보이는 돼지족발 요리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새해 첫날 이 두 가지 요리를 먹어야 부자로 잘산다고 믿고 있다. 또, 멕시코에서는 새해 첫날 포도 열두 알을 먹는 풍습이 있다. 이때 포도 알의 수는 바로 1년 열두 달을 의미해, 한 알 한 알의 포도를 먹으면서 멕시코인들은 새해의 소원을 빈다.

투우사의 의상은 대단히 화려하고 에로틱해 몸에 완전히 들러붙는 하의 같은 경우는 성기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 주는데, 바로 이런 의상이 보통 한 벌에 수백만 원씩 하면서 에로티시즘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 군중들이 운집해 있는 경기장에서 뿔을 세운 수소가 투우사의 빨간 망토를 향해 돌진하는 경기 투우는, 투우에 관심 없는 사람들이라면 잔인하기 짝이 없는 피투성이의 동물 학대요, 끔찍한 살육 현장이라며 고개를 설레설레 젓겠지만 스페인에서는 투우가 신문 스포츠 면이 아닌 문화 면에서 다루어질 정도로 스페인 사람들의 인생 철학이 응축된 의식으로 대접받고 있다. 또 투우용으로 사육되는 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특별 대접을 받으며 생활한다. 투우용 수소들은 단 15분 동안의 경기를 위해 태어났음에도, 일체의 사역은커녕 튼튼한 근육을 만들기 위하여 일반 소보다 평균 4배 이상의 사육 면적을 필요로 하며 몇 년씩 드넓은 초원을 독차지한다. 그러다 투우장에 들어와 15분 만에 명예로운(?) 죽음을 맞게 되는 것이다..-.쪽

투우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경기 진행 방식을 간단히 설명하면, 투우는 보통 더위가 한풀 꺾일 즈음인 오후 5시경에 시작하는데, 시간 개념이 없는 스페인 사람들도 투우만큼은 정확히 예고된 시간에 열린다는 것이 한 가지 특징이다. 투우가 한번 열리면 여섯 마리의 소가 죽어 나가고, 경우에 따라서는 투우사가 죽거나 쇠뿔에 받혀 중상을 입고 들것에 실려 나가기도 한다. 투우장인 아레나에 들어서면 투우사나 소, 둘 중에 하나는 죽어 나가기 때문에 투우는 보고 즐기는 놀이라기보다는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절박한 대결의 장인 것이다. 투우는 소 한 마리가 아레나에 등장하면 죽어서 나가기까지 15분을 넘길 수 없다.
아레나에 들어서기까지 평생 인간에게 특별 대접을 받던 소들은 갑자기 적대 행동을 하는 인간의 행동에 선뜻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러다가 눈앞에 어른거리는 붉은 천이 거슬려 뿔로 위협을 주기 위해 들이받는 행동을 하다, 3미터가 넘는 투우사의 창에 목이 찔리고 작살에 꽂히는 등 잔인한 학대를 받으면 그때부터 소는 자신의 적이 붉은 보자기가 아니라 인간이란 것을 깨닫는다. 결국엔 투우사의 장검에 급소를 찔려 숨을 거두게 되는데, 이때 단번에 소의 급소를 공격 못해 두세 번씩 소를 찌르면 관중들은 도살자라며 투우사에게 야유를 퍼붓는다. 바로 이런 과정이 여섯 번 반복되고 나면 그날 투우 경기는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쪽

긴 점심 식사

우리 나라 사람들이 스페인에 가서 가장 당황하는 것을 들라면 그들의 배꼽시계가 우리와는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하루 세 끼가 정석인 우리 나라와 달리 스페인에서는 하루 다섯 끼를 챙겨 먹으며 식사 시간도 오래 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형적인 스페인 사람들은 다른 남유럽 사람들처럼 아침 식사는 8시경에 빵과 커피, 우유로 간단히 하고 오전 11시경쯤 샌드위치나 밀크 커피 같은 것으로 티타임을 가진 뒤 오후 2시가 되어야 본격적인 점심을 먹는다. 그러다 보니 스페인에선 아무리 유명한 레스토랑도 오후 2시 전에는 절대 문을 열지 않아 한국적인 생각으로 12시쯤 식당에 가서 맛있는 점심 식사를 기대한다면 그건 지나친 바람일 것이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되는 점심 시간은 4시쯤에 끝나는데, 점심 식사 후 스페인에서는 반드시 '시에스타'라는 낮잠 자는 시간이 있다. 그러다 보니, 스페인에선 점심 시간인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는 관광서나 슈퍼마켓, 상점, 은행 등이 모두 문을 닫아 스페인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이런 정보를 미리 알아 둘 필요가 있다.-.쪽

문을 닫아 스페인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이런 정보를 미리 알아 둘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저녁은 또 언제 먹을까? 스페인에선 보통 오후 6시가 되면 간식 시간을 갖는데, 이때는 주로 보테야(빵 종류)를 먹고 시장기를 때운 뒤, 퇴근해서 밤 10시경에 저녁 식사를 하게 된다. 물론 이때의 식사는 점심처럼 환상적이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간단하게 스테이크와 샐러드, 와인으로 저녁을 대신하지만 주말 저녁 레스토랑에서 외식이라도 하게 되면 상황은 다시 바뀌게 된다. 보통 밤 9시부터 시작되는 식사는 그들의 느긋한 식사 습관으로 보통 자정이 넘어도 끝나지 않는다.

스페인 사람들의 음주 문화는 그들의 식사 문화만큼이나 우리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선 바에 들어가서 맥주 한잔과 안주를 시키면 바텐더가 술과 함께 타파('뚜껑'이라는 의미도 있고, 아침과 점심 사이에 먹는 간식을 가리키기도 함)를 내놓는다. 타파는 현명한 왕으로 알려진 알폰소 10세가 대중 식당에서 안주 없는 와인의 판매를 금지하자 와인 잔 위에 햄이나 치즈 한 조각을 뚜껑처럼 얹어 주면서 생긴 것인데, 오늘날에는 얇게 썬 바게트에 치즈나 새우, 오징어, 올리브 등으로 맛을 낸 인기 있는 안주로 자리잡았고, 이제 스페인에서 없어서는 안 될 전통 음식이 되어 버렸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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