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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
최성배 지음 / 청어 / 2005년 10월
평점 :
예전에 비해 단편집을 자주 보는 편이예요.
책을 일다보면 읽다가 끊기는 경우가 간혹있는데, 그러면 내용의 흐름이 끊기게 되지만
단편은 한 에피소드씩 끊어서 읽어도 흐름이 끊기지 않다보니 편안하게 읽을수 있어 좋더라구요.
책 제목이 '개밥'이라서 왠지 궁금하긴했어요.
전체적으로 사람 사는것이 참으로 힘들고, 외로운것이구나..하는것을 느꼈습니다.
특히나 앞의 '찢어지는 밤'과 '한 순간'은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물론 한 순간은 아닐지라도 충분히 그럴수 있는 설정이라는 점이) 권력의 무서움을 느꼈습니다.
예상외로 많은 생각을 담은 책이어서 좋았습니다.
별 넷반을 주고 싶었지만, 반개가 없어서 네개로 선택했답니다.
찢어지는 밤 




계엄령에 관한 단편적 이야기였어요.
영화 "그때 그사람들"보고, "제 5공화국"도 봐서 사태를 대략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소설로 읽으니 그 느낌이 더 하네요. 권력을 잡고자 하는 인간의 탐욕스러운 욕망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한 순간 




별 두개를 단장군을 모시고 있는 중위의 이야기입니다.
계엄령시기에 바른말 했다가 죽임을 당하는데, 그 죽음이 너무나도 허무합니다.
같은 동기라고 아들을 부탁했을 아버지는
그 부탁으로 인해 아들을 죽음으로 몰았을줄 알았을까? 생각이 들더군요.
권력에 의해 소모품이 되어버릴수 밖에 없는 군인들의 모습이 슬프더군요.
개밥 


퇴직하고 경비원이 된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한쪽 눈을 잃고 다리마저 저는 푸들과 말없는 도씨 아저씨의 기묘한 동거.
하지만 교통사고로 강아지의 존재는 성가시고 그렇지만 버릴수도 없는...
누군가를 위해주기에는 자신도 살기가 빠듯한 현실이 원망스럽네요.
새벽 버스 


새벽을 달리는 고속버스. 생활고에 시달리는 그는 자신앞으로 들어놓은 1억원이라는 생명보험탓일까? 아님 아내의 꿈탓일까? 고속버스에서 사고를 당한 꿈을 꾸게 됩니다.
차라리 꿈이 아니었으면..하는 아내의 입장으로 본 나는 화들짝 놀랄수밖에 없었습니다.
잿빛 그림자들 



이혼해 지금은 독신으로 살던 남자는 우연히 쓰레기통을 뒤지던 할머니와 마주함으로 과거를 떠오릅니다.
어머니와도 같던 이모의 슬픈 인생. 과연 늙은이는 이모의 시어머니였을까?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습니다.
세탁기와 숨소리 



개밥과 연결된 느낌이 드는 단편집이예요.
5층 건물에 청소하며 중풍에 쓰러진 남편을 병수발하는 아줌마는 남편의 죽음과 함께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불행은 왜 한꺼번에 오는지 모르겠네요.
한파 주의보 


홧김에 군대 재대를 한 사람이 군대 후배에게 사기를 당합니다.
최근에 사기꾼에 관한 책을 잃어서인지, 사기치는 사람이나..사기당하는 사람이나 이해할수없지만,
그 또한 나 자신의 일이 아니니깐 그렇게 말할수 있는거겠지요.
어둠 속의 사마귀 



주말부부인 남자와 마흔이 다되어가는 독신녀의 바람난 이야기로만 보았다가, 독신녀의 집요함 속에 남자의 과거가 서서히 밝혀집니다. 전기고문으로 사람을 죽이고 그 과거를 잊고 싶어하는 남자.
그 남자는 그 여자에게서 교접후 암컷에게 잡아먹히는 수컷의 모습에서 자신을 보았을것입니다.
삼일포의 밤 



금강산에 관광가면서 만나게 된 북한군인.
점점 세대를 내려갈수록 통일이 과연 좋기만 할까?하는 생각들이나, 사상은 틀려도 어디서나 권력의 힘은 똑같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단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