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호시 다이지로는 만화 '서유요원전'을 통해 알게되었어요. 전권 다 읽지는 못했지만, 초반 몇권을 읽으면서 이 작가 스타일이 독특하다는것을 알았답니다. 그러던차에 우연히 '살아있는 목'이라는 시오리와 시미코를 읽으면서 그의 스타일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이 시리즈가 공포만화보다는 코믹만화로 봐야할것 같아요. 제가 공포영화나 공포소설, 공포 만화를 좋아하는데 꼭 그런것을 보고 나면 무서운 꿈을 꾸었던것에 비해,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를 다 본후 꾸었던 꿈은 자세한 내용은 기억에 없지만 제가 느꼈던 감정은 공포보다 웃음이었으니 코믹만화 맞아요. ㅋㅋㅋㅋ

 

 

 

 

모로호시 다이지로 지음 / 시공사(만화) / 2000년 10월

 

1편인 '살아있는 목'을 읽었을때는 주인공 시오리와 시미코 중심으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는 단편 만화이기 때문에, 특별히 시리즈 순서대로 읽지 않고 손에 잡히는 대로 읽어도 될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저는 의도치않게 순서대로 읽고보니 스토리상 크게 문제는 없지만, 순서대로 읽어야지 조금 더 이해가 되는 에피소드들이 있어서 국내에 출간된 순서대로 읽으시면 더 재미있으실거예요.

 

모로호시의 '시오리와 시미코'는 책 표지만 봐도 공포만화라고 딱!하고 연상이 되실거예요. '파란말'만 해도 차갑게 생긴 여자가 식칼을 들고 있는것만으로도 뭔가 막 기대가 되거든요.^^ 그런데 그런 오싹한 공포를 찾아 이 책을 선택하셨다면 실망하실지 몰라요. '시오리와 시미코'는 공포를 빙자한 병맛 코믹 호러가 진짜 장르거든요. 이런류 좋아하면 의외로 재미를 느끼실수 있지만, 호불호가 갈리는 장르인만큼 매력을 못 느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에 '이건 뭐야?'할수도 있겠지만, 저는 '호'예요.^^

 

이 책을 읽으면서 마침 러브 크래프트의 책 한권을 함께 읽었어요. '살아있는 목'에서 작가가 자신의 그림속 등장인물중 단선생님(호러작가)가족을 쿠틀루 신화를 패러디했다는 이야기를 했거든요. 그때는 1권에만 단선생님 가족이 등장하는줄 알았는데,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에 또 중요한 캐릭터들이랍니다. 암튼,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을 읽음으로써 무시무시한 쿠툴루를 단선생님의 딸 쿠트르로 재탄생시켰더라구요. 물론 쿠트르 역시 무시무시한 아이였습니다. ^^

 

 

단선생님 가족이 아니더라도 시오리와 시미코에 등장하는 괴물들이 러브크래프트의 영향을 받았을것 같아요. 책을 읽을때마다 자꾸 모로호시의 그림이 떠오르게 되었거든요.^^

 

 

자신의 살점을 도려내서 음식을 만들었다는 그림을 보면 섬찟하지만, 인스턴트 음식으로 미식가 귀신을 쫒아낸 장면에서는 웃음이 납니다. 호러와 코믹이 널뛰듯이 오고가는것이 모로호시의 또 다른 매력인것 같습니다.

 

 

 

 

모로호시 다이지로 지음 / 시공사(만화) / 2001년 7월

 

 

전편에 살짝 언급되었던 '살육시집'이 이 책의 표지 제목이예요. 제가 책장에 이 만화를 흐트러지게 놓고 읽고있었는데, 신랑이 '살육시집'이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도대체, 요즘 뭘 읽고 있느냐며 살짝 두려움(?)에 떨더군요. ㅋㅋ 제가 호러장르를 좋아하는줄 알지만, 요즘은 예전만큼 즐기는것 같지 않았는데 다시 여름이 되니 발동이 걸렸나 싶었나봐요. 제목 때문인지 뜬급없이 예전에 초등학생이 썼다는 잔혹시가 떠올랐는데, 이 책의 시도 만만치 않게 잔혹합니다.^^

 

 

이번편에 또 관심이 가는 캐릭터인 제노부인이 등장해요. 평소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동물이나 하늘을 나는 동물등을 산택시키는 제노부인. 그런 제노부인의 애완동물을 우연히 산책시키게 된 시오리와 시미코의 모험이 흥미진진했어요. 그냥 만화만 볼때는 그리 무섭지 않지만 진짜 시오리와 시미코가 되어 인간세상이 아닌곳으로 산책을 가게 되면 정말 섬찟할것 같아요. 암튼, 시오리와 시미코가 사는 마을 자체가 평범한 인물들로만 구성된 마을이 아닌듯합니다.

 

 

 

 

 모로호시 다이지로 지음 / 시공사(만화) / 2002년 8월

 

개인적으로 6편의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 중에 '밤의 물고기'가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공포보다 판타지적인면이 좀 더 강해서일지도 모르지만, 책 속에 등장하는 상상의 어류들을 보면서 아직 읽지않았지만 다이지로 모로호시의 '사가판 어류도감'과 '조류도감'이 떠올랐습니다.

 

  

 

기회가 되면 한번 읽어볼생각입니다. '사가판'의 책 표지를 보면 상상의 동물들이 실제 있는것처럼 설명되었을거란 느낌이 들어요. 이 책들은 시미코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우론당'에 어울릴것 같은 책이예요.

 

 

그리고 다른책보다 책에 관한 괴담이 많은것도 '밤의 물고기'가 재미있게 느껴졌던것 같아요. 아마도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자신이 갖고 싶은데 절판되어 찾지 못했던 책이 있는 헌책방의 미로에서 그 책을찾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혀있는 그들을 보면서 살짝 뜨금해하시는 분들 많으실거라 생각됩니다.^^

 

 

공짜로 책 읽는 유령이 얄미워 추리소설 마니아 유령 퇴치법으로 범인 밝히기는 시미코답네요. 그러다가 원한 사면 어쩌려구...^^

 

 

밤의 물고기의 직립어류를 보면 러브크래프트의 데이곤이 떠올랐어요. 물론 러브크래프트에서의 음침한보다 어딘지 귀여운 느낌이 더 들지만..... 역시 쿠르트가 짱!! 괴물 물고기도 막 도망가..ㅋㅋ 쿠르트 엄마도 항상 큰얼굴만 등장하다가 밤의 물고기 덕분에 인간과 비슷한 사이즈가 되니 더 멋져보이네요.

 

 

가끔씩 다이지로 모로호시는 자시느이 그림에 숨은그림 같은 문제를 낸답니다. 어딘지 기묘해 보이는 왼쪽 그림의 정체는 책 뒷편에 답이 있습니다.

 

 

 

 

 

모로호시 다이지로 지음 / 시공사(만화) / 2004년 7월

 

시오리와 시미코 진짜 잘 어울리는 콤비예요.

뭔가 나사 하나 빠진것 같은 시오리와 왠만한 일에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 시미코. 그녀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이상한 이야기가 있어도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답니다.^^

 

 

이번편에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아무래도 '살육시집'에서 등장했던 '제노부인'의 이야기가 아닌가 싶어요. 그녀는 독특한 애완동물 만큼이나 독특한 정원과 집 그리고 차를 가지고 있어요. 소문에 걱정거리가 있으면 그녀에게 찾아가면 된다고 하는데, 실제 그녀가 하는거라고는 함께 차를 마시며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는거예요.

 

하지만 그녀의 친절한 행동과 달리 그녀의 힐링 차는 상대방에 따라 다양하게 반응이 오나봅니다. 한번 마시고 자신의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자주 마셔도 아무렇지 않은시오리와 시미코같은 사람도 있어요. 어쩜 시오리와 시미코도 처음부터 일반인이 아니었을지도...^^

 

코믹 호러이지만, 가끔은 마음이 묘하게 신경쓰인 그런 이야기들도 있어요.

 

 

하지만 그래도 장르는 코믹입니다. ㅋㅋ 너무 귀여운 쿠트르 엄마예요. 이제 자신의 몸을 자유 자재로 변형할수 있는데, 머리 큰 괴물에게 자신도 머리 크다며 대갈장군으로 변해서 잔소리 대마왕이 됩니다. 완전 귀여워~~~^^

 

 

 

 

 모로호시 다이지로 지음 / 시공사(만화) / 2008년 12월

 

6편으로 '시오리와 시미코'의 이야기가 끝났다니 너무 서운하네요. 요즘은 어떤 만화를 그리시고 계신지는 모르지만 아이디어가 계속 떠오른다면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 계속 그려주었으면 좋겠어요.

 

 

[남편이랑 싸울때의 얼굴로 와달라는 부탁으로 요괴들의 도움을 주러 온 단 선생님 부인이예요. 역시 싸울때는 무서워~~~ 요괴들조차 도망을 갑니다. ㅎㅎ]

 

 

[무서운 이야기 100개를 하고 촛불을 다 끄면 귀신이 온다고 하는데.... 귀신을 기다리며 두근거리는 너희들이 더 무섭다~~~ㅋㅋ]

 

'한밤의 무서운 이야기'라는 제목 때문일까요? 다른편에 비해 괴담스러운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해요. 이번편을 읽으면서 확실히 일본이 얼머나 많은 귀신들이 존재하고, 그런 귀신들을 모시는지 알것 같아요. 하물며 사람 얼굴처럼 돌조차 영험해보인다고 신당을 만들어 모시니깐요. 결국 그일로 탈이 나긴하지만...^^

 

역시나 '무서운 이야기'라고 말하지만 전혀 무섭지는 않아요. 그림이 조금 엽기적이고 B급스러움이 느껴지지만 그래서 묘하가 정감(?)이 느껴지고 피식 피식 웃음이 나는것 같아요. 정말 읽으면 읽을수록 묘하게 빠져드는 '모로호지'의 만화랍니다.

 

우연히 만나게 된 '시오리와 시미코' 덕분에 즐거운 여름을 보내게 되었어요. 이토준지 만큼이나 마음에 드는 독특한 코드의 만화가예요.  

 

 

 

 

표지가 다른 시오리와 시미코 일본어판인데, 이쪽 표지다 마음에 듭니다.

 

 

일본 원서 표지를 해서 애장판으로 다시 출간했네요.

 

 

 

 

더 읽어보고 싶은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국내 출판작품

 

 

   

번역되었으면 좋겠을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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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22 10: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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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22 16: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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