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기선민] 땅끝 연대기 1, 2, 3

원제 The Edge Chronicles

폴 스튜어트 지음, 크리스 리들 그림

이무열 옮김, 문학수첩, 각 293쪽·423쪽·

398쪽, 각 8500원·9000원·9000원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일곱번째 이야기를 기다리는 동안 또다른 신비의 세계를 탐험하고 싶어 좀이 쑤시는 독자들을 달래줄 만한 책이다. 지난해 1권 '깊은 숲 너머'와 2권 '폭풍의 추적자'가 나왔고 최근 3권 '생타프랙스의 밤'이 출간됐다.

'땅끝연대기'는 팬터지 소설이고 작가가 영국 사람이라는 공통점 때문인지 종종 '해리 포터'와 비교된다. 성인들을 위한 '해리 포터'라거나 '해리 포터'의 흡인력을 능가한다는 식이다.

'해리 포터'만큼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발현함으로써 그들에게 시나브로 동화돼버리는 맛은 덜하다. 선과 악이 명확히 대결하는 구도가 아니어서 극적 긴장감도 더 높다고 말하기는 곤란하다. 그래서 '해리 포터'를 거명하는 찬사가 다소 호들갑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신비롭고 풍성한 이야기의 세계 속에 발을 담그고 잠시 쉬고 싶은 이들이라면 덤벼들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특히 정치풍자만화가 출신 크리스 리들의 세밀화가 환상적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미국의 출판전문지 '퍼블리셔스 위클리'는 작가 폴 스튜어트와 리들을 가리켜 "루이스 캐럴닥터 수스가 만난 격"이라고 했는데, 적확한 지적이다. 캐럴은 알다시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저자이고 닥터 수스는 마이크 마이어스 주연의 영화 '더 캣'의 원작자이자 유명한 그림책 작가다. 그만큼 리들의 삽화는 보조 역할 이상이다. 두 사람은 아이들 유치원에서 알게돼 15년 공동작업을 해왔다고 한다. 영미권에서는 올 초 시리즈 일곱번째가 나왔으며 10권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기본 얼개는 난쟁이나무꾼족 부모 밑에서 자란 인간 소년 트위그의 모험담인 동시에 성장담이다. 버려진 아이가 하늘해적의 어엿한 우두머리로 커가는 동안 자신에게 닥친 시련을 이겨내고 신기한 동물들과 대결하거나 우정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잘 된 팬터지 소설이 그렇듯이 깊은 숲, 공중도시 생타프랙스, 황혼의 숲, 신성도시 등 작가가 창조한 세계와 기이한 생물이 기상천외한 장면들을 연출한다.

가령 '깊은 숲'에서 길을 잃은 트위그가 기다랗고 우둘투둘한 몸에서 파란 액체가 새어나오는 호버벌레, 진득한 침이 질질 흐르는 빨판으로 사람을 잡아먹는 붉은떡갈나무 등과 마주치는 장면들은 생동감이 넘친다. 이번에 출간된 3권에서는 하늘해적의 선장이 된 트위그가 실종된 아버지 푸른 늑대를 찾아 가공할 위력의 폭풍 마더스톰에 뛰어드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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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06-04-22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어요. 지금 6권까지 읽고 7권까지 구입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