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기록적인 강진이 강타하면서 '거룩한 땅' 파키스탄은 일순간에 수만명이 넘는 사상자의 신음소리만 넘쳐나는 악몽의 땅으로 변했다.
취재기자로 참사 현장을 누볐던 저자(고찬유)는 단순히
파키스탄 대지진 참사 현장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에 눈을 돌렸다.
종교전쟁으로 피비린내가 나는 이슬람지역에서 피부색과 문화, 생각은 달라도 구조현장과 의료봉사 현장에서 인류애라는 이름으로 움트고 있는 사랑의 씨앗을 발견했다.
"슈끄리아" 는 "감사합니다" 라는 뜻. 그런데 파키스탄인은 도와줘도 그다지 감사의 말을 하지 않는다. 이슬람에 묻혀 사는 시골은 특히 그렇다. 현지인들이 무정(無情)하거나 무례(無禮)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 이들의 몸에 밴 종교문화 때문이었다.
이슬람의 5대 기본의무는 가난한 자, 아픈 자, 궁핍한 자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의무(자캇)라고 가르친다.
무슬림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받게 되는 남의 도움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본문 中)
▲ 고 기자의 파키스탄 엿보기 - 쪼그려 앉은 남자들
"남자들이 쪼그려 앉은 이유가 다름아니라 소변을 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파키스탄 남자들은 소변을 볼 때 서서 보지 않고 쪼그려 앉아 상의로 하체를 가린 뒤 바지를 내려 (소변을) 본답니다. 술에 취하면 아무데나 기대 서서 노상방뇨를 하는 한국의 남자들과는 차이가 나죠.
맨 살을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 풍속 때문인지는 알쏭달쏭합니다. 하지만 확실한건 파키스탄 남자들의 소변 보는 자세입니다. 쪼그려 앉은 남자 중 열에 열은 소변을 보고 있는 것이니까요. 그 사실을 모르고 다가가면 여자들은 낭패를 당하기 일쑤입니다.
조심할 일이 또 있습니다. 여자들이 멋모르고 장에 나갔다간 봉변을 당하기 십상입니다. 파키스탄 시골 남자들은 남자 대신 시장에 나오는 여자를 정숙하지 못한 여성으로 여깁니다. 혼자 살거나 이상한(?) 직업에 종사하는 여자로 치부하죠. 그래서 막 대합니다.
심지어 시장에 나온 여자들의 몸을 만지거나 추행을 하는 일도 서슴지 않습니다. 한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곳 남자들은 태연하기만 합니다. "제대로 된 여자라면 시장에 나올 리가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