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의 새 한 마리
새 한 마리 살고 있었습니다 그 새는 자기 몸에 날개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지금 있는 곳, 한 뼘 새 둥우리 세월 지나 감각조차 없는 날개 퍼덕여보지만 절망으로 모서리에 부딪칩니다
가엾은 새, 내 모습입니다
=>날개가 있는데, 없다고 믿는것보다 없어도 있다고 믿는것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요?-.쪽
선녀가 셋째 아가를 낳지 않은 사연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아시나요? 사슴이 말했습니다 "아이를 셋 낳기 전까지는 절대루 날개 옷을 내주지 마세요"
만일 아이가 셋이었다면 선녀는 날개 옷이 있어도 하늘로 날아가지 못했을 거예요 두 팔에 세 아이를 안고 어떻게 날 수 있겠어요?
사랑스런 나의 세 아가
그리고 당신은 말합니다 "자, 당신 날개 옷 여기 있어 이젠 맘대로 날아가도 좋아…"
=>마지막 행이 마음을 콕 찌르네요.-.쪽
바람난 엄마
나, 바람이 났나 보다 바람 앞에 나서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질끈 눈을 감는 망각 속에서 살갗을 간지럽히는 상념, 웅크린 시간의 여운마저도 부드럽게 휘감는 한 자락 바람, 사소한 일상을 어루만지는 손길
지쳐 버린 내 나이가 훈장은 아니지만 살 같은 세월 앞에서도 다소곳이 나설 수 있는 까닭은 바람난 엄마의 해묵은 소원, 그것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나, 정말로 바람이 난 것 같다 날개마저 버리고 훨훨 날 수 있는, 그날이면 부서진 내 꿈 틈새로 어렴풋 새살이 돋아나겠지
=>제목이 어쩌면 부도덕하게 느껴지지만, 내용은 아름답다고 느껴지네요.-.쪽
어떤 날
별일도 아닌데 이제까지 살아온 세월이 괜스레 억울한 날
화날 일도 없는데 너무나 분해서 가슴이 둥둥 뛰는 날
왜 이럴까, 나이 탓일까 뒤돌아볼수록 누추해지는 모습
어떤 날
밥만 많이 퍼먹고 '괜히 먹었다' 엄청 후회하는 날-.쪽
우리 사랑이 서글픈 이유
세상에 단 하나뿐인 당신과 나는 기뻐도 슬퍼도 말이 없습니다
서로의 모든 것이 너무 쉬워서 다가갈 이유조차 없는 우리
결혼 17년 그 사랑이 서글픈 이유는 당신과 내 안에 이미 우리가 없기 때문입니다-.쪽
나는 이럴 때 신나지롱!!!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 침묵하는 순간의 괴성, 소음 속의 명상, 단아함 속의 들키지 않는 파격, 따뜻함을 가장한 무관심,
당신을 배신하는 상상-.쪽
Women talk 2
사랑 결혼 내조 아이들 시집살이 잔주름 추억 그리움
그 뒤에 남겨진 이야기
JSA 공동경비구역 J - 정말로 S - 사랑만은 A - 않겠어요-.쪽
내 책은 내가 산다
누가 그랬는지, 아줌마들은 자기 돈 내고 책 안 산다고
그럼 아이들 그 비싼 영어 교재며 학습지 값, 학원비, 과외비는 다 어디서 나오는지
쥐어짜도, 한푼 여유 없는 삶 '아줌마'는 그저 책과는 거리가 먼 퇴행성 문화 지체계급
하지만, 이제부터 내 책은 내가 산다 콩나물 값을 아껴서라도 이제부터 내 책은 내가 알아서 산다-.쪽
새가 날아가는 의미
날아간다 날갯자락에 구슬처럼 '사는 의미'를 달고 새가 날아간다
빠끔히 하늘이 열리고 빈 가슴엔 한바탕 소낙비
처마 밑에서 잠시 비를 긋던 새는 그 '의미'가 몹시도 무거웠던지 힘겹게 내려놓고 또다시 날아간다
서글퍼진 '의미'는 그저 혼자서 해질녘까지 비를 긋고 있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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