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김현자 기자] "너도 이다음에 결혼해서 애 낳고 살림해봐! 혼자만의 시간을 내기가 그렇게 쉬운지. 하루 여행은 고사하고 한나절 마음 놓고 볼일 보기도 힘들다니까! 그러니까 결혼해서 나처럼 애들과 생활에 묶이기 전에 다니고 싶은 여행 실컷 다니고, 배우고 싶은 것 맘껏 배우고, 하고 싶은 것 있으면 할 수 있는 데까지 실컷 해보라고!"

20대 여동생을 둔 결혼한 여자라면 누구나 이런 말을 한번쯤은 하지 않을까? 지난 날 내 주변의 인생선배들도 나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그리고 선배들의 말처럼 20대는 무엇을 하든 아름답고 빛나는, 가능성 많은 나이었다. 그러나 나의 20대는 어땠는가. '왜 그렇게 용기가 없었는지, 조금 만 더 적극적이었으면 참 좋았을 건데…' 다시 돌아보는 20대는 아쉽고 안타깝다.

 
ⓒ2006 해냄
사회 구성원으로 자신의 본격적인 삶을 시작하는 20대 때는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자칫 불만과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기도 한다. 당당하게 살아가려면 좋은 직장을 얻어야 하는데 맘에 드는 직장을 얻기란 그리 쉽지가 않다. 또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하지만 사랑에도 미숙하다보니 만남도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삶의 발전을 위하여 영어 같은 외국어도 배워야 하며 혹시라도 독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저축도 어지간히 필요하다. 그야말로 당당한 사회인으로, 아름다운 여성이 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이렇게 끝이 없다.

그렇지만 이런 고민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같은 여자가 보기에도 매력과 자신감이 넘치는 여자들이 있다. 이런 여자들에겐 혹시 자기들만 아는 어떤 비밀이라도 있는 것은 아닐까? 당당하고 멋있으며 세련된 여성이 될 수 있는 방법엔 어떤 것이 있을까? 꼭 필요한 실용적인 것들만 따로 모아둔 규칙 같은 것은 없을까?

마지막 1%를 채우는 엽기발랄 기발, 발칙한 생각들

<벌거벗고 수영하기&중력에 저항하기>는 가능성 많고 아름다운 20대들이 '진짜 어른'이 되어 아이와 생활에 묶이기 전에 꼭 해보았으면 하는 발칙하고 기발한 제안들로 가득 차 있다. 언뜻 보면 발칙하고 무모해 보이지만 자신에 대한 애정과 약간의 용기만 있다면 누구나 실행해 볼 수 있고, 실생활에서도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것들이다.

발칙하고 기발한 제안들 중에는 엉뚱하고 위험하며 엽기적인 것들이 많지만, 용기를 내어 과감하게 해보면 관습의(세상의) 껍질 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인생에서 가장 멋있고 독특한 추억과 용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며 20대의 이런 적극적인 용기는 머지않아 원숙한 꽃을 피울 30대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20대는 진정한 여성이 되는 시작점이다. 반짝 반짝 빛나는 20대 황금기를 불만과 불안으로 허비할 수는 없다. 지친 나에게 달콤한 휴식을 주고 내안에 숨은 멋진 나를 찾아내 세상 앞에 당당한 나를 만들자.

이 책은 모두 7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은 세상의 중심은 나, 스스로의 정체성 찾기에 대한 제안들이다. 즉, 스스로를 잘 관리하여 똑똑하고 야무진 여자가 되기 위한 것들이다. 이와 관련 저자는 제안한다. 지나치거나 쓸데없는 사과는 오히려 자신을 주눅 들게 하고 남들로 하여금 자신을 무시하게 한다고. 100년 전이라면 내성적인 여자가 돋보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리고 이젠 싫으면 "아니에요!"라고 큰소리로 외치자. 거절하지 못하고 대책 없이 대답한 다음 돌아서서 혼자 끙끙 앓는 것은 멍청한 짓거리다. 이 책에선 상대의 성(性)에 대한 저자의 제안도 눈길을 끈다.

이제 백마 탄 왕자님은 그만 기다리자. 남자 친구가 있든 없든, 우린 항상 완벽한 사랑을 기대한다. 모든 욕망을 충족시켜 줄 남자를 한없이 찾아 헤매거나, 남자 친구를 완벽한 애인으로 바꾸려는 건 헛된 노력이다. 환상 속의 그는 내 생일을 잊지 않고, 날 위해 시를 쓰고, 친구들도 모두 그를 좋아한다. 현실의 그는 도무지 나의 기준에 맞지 않고 날 무지하게 실망시킨다. 하지만 사실, 진짜 짝을 만났을 때에는 꿈에 그리던 영원하고 놀라운 사랑 같은 건 일어나지 않는다. - '남자 친구 그만 찾기' 중

저자는 이외에도 일상생활에서 멈칫거리며 하지 못했던 행동들을 과감하게 제안한다. 그리고 실행하기를 요구한다. 저자의 제안을 좀 더 살펴보자.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나쁜 친구 끊어 버리기 ▲스스로를 흥분시키는 은밀한 쾌감 느끼기 ▲생일을 공휴일로 지정한 다음 하고 싶은 것 다 해보기 ▲시간을 야금야금 잡아먹는 TV 코드 뽑아버리기 ▲하루 동안 나체주의자로 내 몸 맘껏 감상하기 ▲남자 친구 찾는다고 더 이상 헤매지 않기 ▲멋진 연장통을 구입하거나 남자들의 전유물인 첨단 장비 도사되기 ▲잘못한 사람에게 따지거나 부당하게 대우한 관공서에 항의편지 쓰기 ▲면접처럼 중요한 만남에 할머니 팬티 입고 가기 ▲첫 경험을 제대로 새로운 마음으로 해보기 ▲내 몸에 대한 선언문 쓰거나 내 인생의 '히트송' 선물하기 ▲소리 높여 울어보거나 멍청해지거나 미친 척 해보기 등

당당하고 야무지게 살아갈 후배들에게 권한다

콜린 러시는 누구?

콜린 러시(Colleen Rush)

'얼루어' '글래머'를 거쳐 현재 '코스모폴리탄'의 자유기고가로 활약하며, 젊은 여성들이 귀 기울일 만한 감성적이고 톡톡 튀는 글솜씨를 발휘하고 있다. 이 책 외에도 최신작 <멋진 레스토랑에서 주눅 들지 않고 식사하기(The Mere Mortal’s Guide to Fine Dining>를 펴냈다.

이수연 상명대에서 교육학과 영어교육학을 공부하고 홍익대에서 미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일요신문기자를 거쳐,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나를 위해 살아라><사랑을 아름답게 하는 방법><반 고흐 & 폴 고갱><고야, 영혼의 거울><쾌락의 권리> 등이 있다.

제목만 봐선 여성지 등에서 한두 꼭지씩 분명 읽었던 것들이지만 내용은 기존의 틀을 벗어난 것들로 발칙하며 기발하다. 무료한 시간에 주변의 눈을 의식하지 말고 실행해 본다면 분명 신선할 것이다.

엽기 발랄한 나머지 지나치게 이기적이며 무책임한 제안들은 아닐까 싶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모든 제안은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는 것부터 시작해 가족을 이해하고 챙기는 것, 나아가 친구는 물론 주변 사람들과 사랑스런 관계 맺기 등 건강한 사회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요건들로 이뤄져 있다.

'정말 벌거벗고 수영할 수 있을까? 통통하게 살이 오른 몸매가 부끄럽지만 자신의 단점을 당당하게 드러낼 것인가. 구석에 쳐 박혀 있을 것인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를 둘러싸고 있었던 중력. 그런데 어떻게 중력에 저항한다는 거지?... 내 삶의 주인공은 오직 나. 때로는 깜찍하게 때로는 사악하게 좀 그러면 어때? 사회의 관습을 무조건 따르기 보다는 좀 과감하게 어긋나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물론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지 않는다면 말이야. 나이를 더 먹기 전에 해보고 싶은 모험은 다 해보는 거야. 저질러야 할 실수, 벌여야 할 미친 짓... 눈 딱 감고 한 가지씩 도전해보는 거야. 반드시 해보는 거야.'

이미 까마득하게 지나 온 나의 20대. 여러 면에서 삶에 서툴다 보니 아쉬움이 많은 20대였지만 무엇이든 용기를 낸 만큼 얻을 수 있는 시기이기도 했다. 그나마 용기를 내 도전해보았던 20대의 다양한 경험은 지금 내가 살아가는 자양분이 되고 있다. 이미 20대를 얼떨결에 보내버린 인생 선배로써 우리 세대보다 몇 배 야무지고 당당하게 살아내길 바라는 마음에 인생 후배 20대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제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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