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겐 이것이 무엇으로 보이나?"
지산은 손에 쥐고 있던 술잔을 자기의 이마 높이로 들어올렸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 사람은 지금 술에 취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산이 말했다.
"그대의 눈에는 이것이 술잔으로 보일 테지. 그러나 내겐 부처로 보인다. ……이거야. 바로 이것이 부처와 중생의 차이야. 그대가 찾는 부처는 법당에 있고, 내가 찾는 부처는 이 방 안, 이 술잔 속에 있어. 나무소주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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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말해서 인간은 누구나 깨달음을 얻으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부처는 고유명사가 아니고 보통명사라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부처는 신이 아니라 완전한 인격체, 완벽한 인간, 인간으로서 도달할 수 있는 극치라는 것이었다.
=>30분에 읽는 부처에서 알았어요. 부처가 고유명사가 아닌 보통명사라는 사실을...-.쪽
부처가 신이 아니고 인간일진대 그렇게 태연자약한 얼굴로 요지부동 침묵만 할 수 있을까? 지금 이 시간에도 숱한 중생들이 배고파서, 병들어서, 옥에 갇혀서, 권력과 금력 가진 자들에게 억눌려서, 억눌려서 신음하고 있는데…… 그렇게 빙그레 웃고만 있을 수 있을까? 그것은 인간의 얼굴이 아니야. 티끌 같은 인연으로 울고 웃고 몸부림치는 인간의 얼굴이 아니라고. 적어도 석가가 인간이었고 인간을 위하여 이 세상에 나온 것이라면, 하나쯤 그리워하고 슬퍼하고 분노하는, 그리하여 팔만사천 번뇌에 싸여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의 불상이 있어야 할 게 아닌가 말이야? 함께 울고 함께 웃어야 하는 게 아닌가 말이야?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지 않은 부처를 그대는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