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노래’ ‘현의 노래’의 작가 김훈씨가 등단 11년 만에 첫 단편소설집 ‘강산무진’(문학동네)을 냈다.

지난해 황순원문학상을 받은 ‘언니의 폐경’과 2004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으로 영화화 결정이 난 ‘화장(火葬)’을 비롯해 느닷없이 간암 판정을 받은 남자의 몇 달을 추적하는 ‘강산무진’, 영업 택시 운전사의 빠듯한 하루 속의 외출을 그린 ‘동행’ 등 8편의 소설을 담고 있다.

간결하고 시적이면서도 힘 있는 문체, 오랜 기자 경력에서 우러나는 세상에 대한 폭넓은 이해, 특정 직업군에 대한 탄탄한 취재력 등이 뒷받침돼 ‘역시 김훈’이라는 감탄을 자아낼 만하다.

일간지 문학기자에서 출발한 김씨는 1995년 첫 소설 ‘빗살무늬 토기’를 발표한 후 단기간 내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을 휩쓸며 우리 시대의 대표적 작가로 떠올랐다. 대통령이 추천하고 프랑스 최고의 갈리마르 출판사가 인정한 작가, 신작이 나올 때마다 방송 영화가 감독들이 주목하며 책을 구해 읽는 타고난 이야기꾼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김씨는 “소설 내는 것을 부끄러워하는데 이번 책은 특히 부끄럽다”고 여러차례 말했다.

“소설가는 나, 너, 우리, 당대를 써야 하는데 저는 아직 ‘나’에 머물러 있습니다. 최소한 2인칭인 ‘너’까지만이라도 가보고 싶습니다. 저는 제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황석영, 이청준, 박경리 선배님 같은 대서사는 절대 못 쓸 것 같아요.”

다소 자학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는 자신의 눈부신 능력보다 넘어서지 못하는 한계에 집착하고 있었다. 김훈의 요즘 하루는 책읽기, 자전거타기, 지인 만나기 정도로 요약될 것 같다. 아침 7시 전에 일어나 주위를 정돈하며 해를 맞고, 오전 내내 독서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에세이 ‘자전거 여행’에도 잘 드러나 있듯 자전거 타기는 그의 오랜 취미. 그는 이번 책의 작가 프로필에 ‘1948년 서울 출생. 자전거 레이서’라고 쓸 정도로 자전거 타기를 즐긴다.

차기작에 대해 묻자 “작업하는 것은 없지만 생각하는 것은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역사 속에서 치욕의 순간을 찾아 읽고 있습니다. 한일합방, 병자호란…. 그 견딜 수 없는 치욕이 어떻게 발생하고 진행됐는지 알고 싶습니다.”

“왜 그런 주제에 주목하냐”고 하자 그는 “인간의 삶은 영광, 자존, 찬란함만으로 이뤄질 수는 없으니까”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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