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미. 신세대에게 거미의 이미지는
스파이더맨이다. 손에서 나오는 거미줄을 빌딩에 쏘고 그 줄을 타고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스파이더맨은 돌연변이지만 부러움이었다.
거미줄의 원리는 무엇일까. 거미는 어떻게 거미줄에 매달려 살아가는 걸까에 대한 의문점을 해결하는 ‘거미의 법칙’이 출간됐다.
저자 오사키 시게요시는 거미를 위기관리분야의 뛰어난 전문가로 인정한다. 그는 25년간 거미를 관찰하면서 거미의 생태가 인간 사회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발견했다. 시게요시는 고분자학과를 졸업하고, 거미줄로 넥타이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에서 거미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거미가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거미줄에 매달려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거미줄에 대한 ‘믿음’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흔히 거미줄 하면 끈적끈적해서 달라붙기 쉬운 동그란 원을 떠올린다. 그러나 거미의 몸무게를 지탱해주는 가는 줄, 즉 ‘구명줄’이야말로 거미가 믿는 줄이다. 자신의 줄을 믿지 않으면 공중에서 생활할 수 없다는 본질이 그 안에 숨어 있다는 점에서 거미줄은 생물에 꼭 필요한 안전과 신뢰를 찾는 데 가장 적합한 표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믿으며 살아가고 있을까. 예측하기 어려운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잊고 있던 중요한 사실은 무엇일까.
‘거미의 법칙’은 거미의 놀라운 지혜에서 시대 변화를 읽고 위기관리 기술을 담아냈다.
거미가 자신의 줄을 믿는 데에는 어떤 원리가 숨어 있을까. 저자에 의하면 거미의 구명줄은 정상적인 용수철처럼 탄성 한계점 내에서는 중력의 힘에 비례해 늘어난다. 거미 역시 이 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안심하고 거미줄에 목숨을 내맡기는 것이다.
?《? 거미가 오랫동안 진화하면서 몸무게의 최대 2배만큼 늘어나야 안전하다는 것을 안 것처럼 인간도 자신의 한계를 알고, 신뢰를 쌓아가야만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나아가 반복된 경험을 통해 신뢰를 쌓는 법, 신뢰영역처럼 보이지만 사기에 해당하는 일에 속지 않는 법, 효율성과 안전성을 대비해 거미줄을 반만 거둬들이는 거미의 지혜, 사소한 일에도 이기는 습관을 들이는 노력, 직장 내에서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에 생기는 유형별 신뢰 곡선 등을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그는 거미줄에서 위기관리에 가장 어울리는 개념인 ‘안전성’을 부각시킨 논문을 ‘네이처’에 실었고 이를 다시 책으로 펴냈다. 그에 따르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안전성과 신뢰성의 해답이 4억 년이란 긴 진화의 역사를 간직한 거미줄에서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우연 혹은 필연적인 사건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과학적인 증명이 재미있다.
/hyun@fnnnews.com 박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