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우리 아이가 컴퓨터 게임에 빠져 공부를 안 해요.” 부모들이 자녀의 게임 몰두 현상을 걱정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의 자녀가 게임에 시간을 빼앗긴 나머지, 대학입시 등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뒤처지면 어쩌나 하는 것이다.
이런 우려는 미국·유럽 등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하게 관찰된다. 미국의 미래학자인 존 벡과 정보컨설턴트인 미첼 웨이드가 펴낸 이 책은 부모들의 이런 우려를 기성세대(베이비붐 세대)의 자기중심적 사고라고 일축한다. 이른바 비디오게임과 인터넷게임을 즐기면서 자란 ‘게임세대’가 바로 21세기의 주역이라는 주장이다. 저자들은 2500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200여 명과의 심층인터뷰를 통해 어린 시절부터 게임기를 만지고 자란 세대가 미국 비즈니스 세계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빠른 속도로 현재 주도세력을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게임세대’의 특징으로는 전문가 지향 문화를 비롯하여,
멀티태스킹(multitasking) 능력, 시행착오를 통한 학습능력, 글로벌 지향 문화 등을 꼽았다. 게임기를 만지면서 혼자 시행착오를 통해 목표를 달성하고, TV를 보고 전화통화를 하면서 게임을 동시에 즐긴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어 현재 사회를 이끌고 있는 베이비붐세대에 대해, 게임세대들을 이끄는 방안을 조언한다. 우선 게임세대들의 머리모양, 옷차림 등 피상적인 문화에 과민반응을 보이지 말고, 영웅심리를 자극하라고 권한다. 또 그는 게임세대가 돈보다 자부심을 소중하게 여기고, 멀티태스킹에 강하기 때문에 적절하게 동기부여를 하면서 산만해 보이는 가운데 목표를 성취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게임세대를 피동적 소비자가 아니라, 능동적 리더의 관점에서 해석함으로써, 게임세대를 새롭게 조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특히 게임 강국으로 꼽히는 한국 사회에서 많은 논의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게임세대의 장점을 강조하기 위해 게임 중독 현상을 비롯하여 광범위한 인문적 소양의 결핍, 폐쇄성 등 게임 문화의 어두운 측면들을 너무 간단하게 부정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