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우정의 대화 - 반 고흐, 영혼의 편지 2
빈센트 반 고흐 지음, 박은영 옮김 / 예담 / 2001년 5월
품절


라파르트는 오해로 야기된 이 결별을 항상 애석해했다. 하지만 빈센트와의 관계가 그리 쉽지만은 않았음을 또한 굳이 숨기지 않았다. 고흐가 죽었을 때, 그는 고흐의 어머니에게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저는 우리가 브뤼셀에서 처음 만난 날을 마치 어제의 일처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빈센트는 아침 아홉 시에 저희 집에 찾아왔습니다. 처음에 우리는 서로 잘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함께 작업하면서 우리는 곧 친해졌습니다. 작업, 투쟁 그리고 고통으로 이루어진 그의 삶을 지켜보았다면, 자신의 육체와 정신이 삶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스스로에게 엄격했던 한 인간에 대한 연민을 품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에게는 위대한 예술가의 피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비록 안타까운 오해로 빈센트와 제가 몇 년 전부터 불편한 관계였지만, 그와 나눈 우정은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 시절을 생각하면 ―과거로의 여행은 늘 기쁨이지요― 제 머리 속에는 빈센트의 조금은 슬프지만 여전히 빛을 발하는 개성 있는 모습이 떠오르곤 합니다. 그림을 그리고 삶과 투쟁하는 빈센트의 모습은 자주 격분하고 폭력적인 것으로 비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고귀한 성품과 위대한 예술가적 재능은 우정과 존경을 받을 자격이 충분합니다."

=>반 고흐는 자신의 그림을 지적하는 사람과는 교류를 잘 못한것 같습니다. 하지만 라파르트가 말했듯이 '자신의 육체와 정신이 삶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스스로에게 엄격했던 한 인간에 대한 연민을' 우리도 함께 느끼는 것 같아요.-.쪽

자신이 늘 진리를 알고 있다고 믿으며 모든 사람들이 항상 옳다고 인정해주기를 바라는 사람을 만날 때면 인간 삶의 보잘것없는 미천함에서 오는 고통을 느끼곤 하네. 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인간의 약점을 절실히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지-.쪽

여전히 어려움은 있지만, 계속되는 불화와 권태를 짊어지고 살기보다는 낯선 이곳에 머무르는 쪽이 더 만족스럽네.

=>삶에 있어서 권태만큼 무서운것이 없는 것 같아요. 저 역시 그 점을 제일 두려워하고 있고요. -.쪽

삶이 그녀를 시들게 하고 고통과 시련이 상처를 남겼지만, 그녀한테는 무언가 끌어낼 것이 있네. 갈지 않은 토지에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법이지. 그렇듯이, 상처와 시간의 흔적을 품고 있는 그녀에게선 아무런 흔적도 없는 대다수의 여인들한테서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발견한다네.-.쪽

아이는 너무나 사랑스럽다네. '하늘에서 내려온 빛'이라고나 할까. 자네, 가바르니가 한 말을 기억하나?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멍청하고 성질 고약한 피조물은 여성이며, 고귀하고 헌신적인 피조물은 어머니가 된 바로 그 여성이다." 가바르니의 말은 모든 젊은 여성들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가 되기 전 여성 안에 있던 허영심이 그녀가 자식을 위해 희생할 때 고귀한 무언가로 바뀌게 됨을 의미하는 강한 표현일 걸세. -.쪽

쓰레깃더미에서 피는 꿈


오늘 아침, 자프리스티를 보러 갔네. 도로청소부가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지. 부크만의 어떤 작품들을 연상시키는 볼 만한 광경이더군.
내일이면 그 쓰레깃더미에서 깨진 가로등 같은 흥미로운 물건들이 내게 운반될 걸세. 녹슬고 형태가 망가진 그 고물들을 감상용으로, 달리 말하면 모델로 쓸 생각이거든. 사람들이 내버린 양동이, 바구니, 냄비, 도시락, 양철통, 철사, 가로등, 프라이팬 따위는 안데르센 콩트에서도 훌륭한 소재가 되고 있지.
아마도 오늘밤 나는 그 쓰레기들 꿈을 꾸겠지. 어쨌든 확실한 것은 이 겨울, 내 작업은 무엇보다 그것들과 더불어 진행되리라는 점일세.
언젠가 자네가 헤이그에 들른다면, 또 다른 쓰레기 버리는 장소로 안내하고 싶네. 예술가에게 그런 데는 파라다이스와 같은 곳이지.
반드시 작업해야 할 데생 하나가 며칠 전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네.
조만간 복사품 몇 점을 자네에게 보내겠네. 갖고 있는 복사품이 있거든 자네도 내게 보여주게나.
그럼 안녕히. 자네의 작업에 큰 결실이 있기를. 요즈음, 날씨가 너무나 눈부시지 않나? 몹시도 청명한 10월, 땅과 퇴색한 풀들이 너무나도 아름답군!-.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