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에 읽는 제인 오스틴 - 30분에 읽는 위대한 예술가 29 30분에 읽는 위대한 사상가 29
롭 애벗 지음, 이영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11월
절판


여성들의 무기, 아이러니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읽으면 우리는 활기차고 익살스러우며, 굉장히 즐겁고, 복잡하고 아이로니컬한 시점으로 드러나는 세계로 들어간다. 그러나 그녀의 많은 작품의 아이로니컬한 어조는 논쟁과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수많은 독자들이 처음에는 많은 내용이 교묘한 아이러니를 담고 있음을 깨닫지 못하고, 평론가들은 이 아이러니의 목적과 효과를 서로 다르게 해석한다. 아이러니는 확실히 정교한 수단이다. 후에 보겠지만, 어떤 페미니스트 평론가들은 아이러니는 특성상 여성적인 도구이며, 의도적으로 표리부동한 해석을 구축하는 데 쓰이는 전복적인 도구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이러니에는 더 단순한 측면도 있다. 그것을 이해할 수 있다면, 인간의 허약함과 약점에 미소 지을 수 있게 될 것이다.-.쪽

베일에 싸인 인물

제인 오스틴의 모든 전기 작가들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그녀와 그녀의 삶에 대한 정보가 지극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녀는 일기를 남기지 않았고 편지도 거의 쓰지 않았다. 160통 정도의 편지가 남아 있는데, 대부분이 그녀의 언니인 캐산드라에게 쓴 것으로 전부 20세 이후의 것이다. 몇 통의 다른 편지들은 제인이 죽은 후 캐산드라가 제인의 개인 생활을 보호하기 위하여 없애 버렸다고 한다.
동시대의 것이라 할 만한 다른 자료로는 그녀의 조카인 제임스 에드워드 오스틴 리가 그녀가 죽고 난 지 50년 후에 쓴 전기가 전부다. 그것은 공들여 씌어져 읽을 만한 훌륭한 전기였지만, 오스틴 리는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감수성에 따라 자기 이모의 인생을 깨끗하게만 표현했다. 오스틴 리가 보여 주는 그림을 재검토하려는 다른 전기들이 많이 나왔지만, 여전히 그녀는 베일에 싸여 있는 인물이다.-.쪽

다아시의 청혼은 오만하고 모욕적이다.
발버둥을 치며 자신과 싸워 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내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을 얼마나 뜨겁게 사모하고 사랑하는지 말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
≪오만과 편견≫, 제34장

엘리자베스는 분노하며 그 자리에서 바로 청혼을 거절하고, 그에게 왜 청혼을 거절하는지 그리고 왜 그녀의 언니와 매력적인 위컴 씨에 대한 그의 태도와 행동을 경멸하는지 이야기한다. 다아시는 자신의 청혼이 그토록 무참하게 거절당하자 크게 놀란다. 그녀의 거절로 인해 그의 오만함은 고개를 숙인다. 훨씬 후에 두 사람이 화해할 때 그는 이렇게 털어놓는다.

그때, 제가 한 얘기를 다시 생각해 보면, 그러니까 그때의 제 행동, 태도, 또 저녁 내내 지었던 표정 같은 것을 생각해 보면 몇 달이 지난 지금도 말할 수 없이 괴롭습니다. 그렇게 적절했던 당신의 질책을 저는 잊을 수가 없어요.
≪오만과 편견≫, 제58장
-.쪽

엘리자베스가 다아시에게 겸손함의 교훈을 가르쳤듯이, 그 또한 그녀에게 교훈을 준다. 그는 편지를 통해 그녀가 일련의 사건들을 얼마나 잘못 판단하고 있었는가를 보여 준다. "이 순간까지 난 내 자신을 너무 몰랐던 거야." 그녀는 이 경험으로 새로운 깨달음을 얻으며 탄식한다(제36장).

오스틴의 작품을 분석하면서 토니 태너는 바로 이 장면이 엘리자베스가 덕성을 쌓기 시작하는 순간이며, 그녀가 펨벌리 저택에서 다아시의 초상화를 보면서 그것이 완성된다고 주장한다.

진짜 다아시의 크고 진실한 그림 앞에 선 엘리자베스는 이제야 그녀의 여정을 끝낸다. 바깥마당에서 다아시를 만났을 때 그녀는 그의 진정한 가치를 더는 의심하지 않는다.
T. 태너, ≪제인 오스틴≫, 맥밀런, 1986

작품의 원래 제목이었던 '첫인상'이야말로 소설의 본질을 그대로 보여 준다. 그것은 첫인상이 얼마나 잘못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그러나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어서, 콜린스 씨와 캐서린 드 버그 부인 같은 사람들의 첫인상은 역시나 옳은 것으로 판명된다. 그러나 다아시와 엘리자베스가 서로에 대한 생각을 180도 바꾸고 나서야 소설은 완전히 행복한 결말에 이르게 된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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