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류시화 지음 / 열림원 / 1996년 10월
구판절판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혼자 있으면
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 버리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쪽

고요한 숲
곤충의 눈이
나를 바라본다
곤충의 눈 속에
내가 있다
나를 바라보는 곤충의 눈을 통해
내가 나 자신을 바라본다
그토록 크면서 그토록 작은 나

1996년 가을-.쪽

신비의 꽃을 나는 꺾었다.

(생략)

신비의 꽃을 꺾었다
그 순간 나는 보았다 갑자기
화원 전체가 빛을 잃고
폐허로 변하는 것을

둘레의 꽃들은 생기를 잃은 채 쓰러지고
내 손에 들려진 신비의 꽃은
아주 평범한
시든 肉?지나지 않았다-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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