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타인을 이해한다고 여길 때, 그 이해 뒤에는 얼마나 많은 나의 오해와 곡해가 숨어 있는 것일까.
우리는 그 혹은 그녀를 알고 있다고 믿지만,
우리는 결국 나의 오독이 만들어낸 내 머릿속의 환상을 그 혹은 그녀라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영국의 여류 작가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1813)은
이 같은 사람들의 ‘타인 이해하기’ 뒤에 숨어있는 자기중심적 사고를 날카롭게 포착한 소설이다.
헐리웃 영화로도 만들어져 곧 우리와 만나게 될 이 소설은 성격이 다른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라는 달콤한 로맨스의 기쁨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엘리자베스(여주인공)와 다아시(남자주인공)가 서로를 이해하는 방식을 보면 타인과의 진정한 소통에
언제나 실패 중인 고독한 현대인이 겹쳐지기도 한다.
혹시 나의 '편견'때문에 눈이 멀어 진정한 사랑을 못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만과 편견> 간단 줄거리

하트포드셔의 베넷 가에는 다섯 자매가 있는데, 그중 위의 두 명이 적령기를 맞고 있다. 온순하고 내성적인 맏딸 제인과, 인습에 사로잡히지 않고 재치가 넘치는 발랄한 엘리자베스.

제인은 근처에 이사 온 늠름한 청년 빙리를 사랑하게 되지만, 신중하게 자기 애정을 숨긴다. 겉치레를 우습게 아는 빙리의 친구 다아시는 성격 연구가임을 내세우는 엘리자베스의 눈에 오만한 남자로 비친다. 심지어 엘리자베스는 다아시가 '오만'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그의 구애를 거부한다.

그러나 그녀는 경박한 콜린스와 불성실한 위컴과 만나며 결코 첫인상이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결국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편견을 고치고 다아시에게서 진정한 사랑을 찾는다. 빙리와 제인, 다아시와 엘리자베스는 모두 사랑과 존경으로 맺어진다.
내 방식대로의 이해를 통해 타인의 몰이해에 빠지게 되는 오늘의 우리와 엘리자베스, 다아시는 얼마나 닮았는가.
19세기 영국의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오만과 편견>은 이 지점에서 지금, 여기를 위한 이야기로 탈바꿈하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타인과의 진정한 이해와 소통을 위해 <오만과 편견>이 내놓은 답은?
제인 오스틴이 소설에서 말하는 그것은 스스로의 결함과의 용기 있는 마주침이다.
엘리자베스는 다르시의 첫인상을 오만하다고 판단한 후 그의 모든 행동의 진실성을 의심하는 편견에 사로잡히게 된다.
다르시 역시 사회적 지위와 자신의 지적인 능력을 과신해 타인을 내려다보고 통제하려는 오만에 빠져 있다.
작가는 풍자와 반어를 통해 이들의 결함을 때로는 냉소적이라 느껴질 정도로 솔직하게 묘사하는데,
그녀의 글쓰기는 지적인 영국식 유모와 명랑함과 맞물려 생생하게 살아있는 캐릭터를 구축한다.(행동하는 인물, 소설의 많은 부분이 대화로
이뤄진 점 등에서 제인 오스틴의 글쓰기는 상당히 극적이다. 이것이 그녀의 소설이 자주 영화화되는 이유일 것이다).
오만에 찬 남자와 편견에 사로잡힌 여자, 소설은 이들이 자신의 결함을 용감하게 인정하는 자기 성장을 통해 상대를 이해하게 되는 결말을
그림으로써 타인과의 진정한 소통을 위한 하나의 길을 모색케 한다.
<오만과 편견>에서 또 하나의 현대적인 지점은 여성주의적인 시선이라 할 수 있다.
“전 사람들이 말하는 교양 있는 여자를 단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어요.그들이 말하는
재주와 취미, 근면, 그리고 우아함을 고루 갖춘 완벽한 여자는 본 일이 없거든요.”라고
용감하게 말하는 엘리자베스.
이것은 아마 사회와 남성이 만들어낸 환상 속에서 허우적대는 당대 여성들에게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었을 것이리라.
그런데 엘리자베스의 말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자. 거기에서부터 출발하자!’라는
현대 페미니스트들의 구호와 정확히 일치한다.

자신의 개성을 사회의 인습 사이에 자리하고자 애쓰는 지금의 모든 여자들에 한발 앞서 그녀,
제인 오스틴이 말한 셈이다.
개인적으로 좋은 소설에는 서로 맞물린 세 줄의 ‘주름’이 있다고 믿는다.
소설이 다루는 공간에서 그 속의 인물 그리고 현대인인 내게로까지 이어지는 주름이.
<오만과 편견>에는 파티로 가장된 처녀들의 결혼 경매가 성행하던 18세기 영국의 시골마을의 중산층 가정(지위는 있되 돈이 없기 때문에
더욱 치열했을 당대의 현장을 상상해보라)부터 사회와의 행복한 만남을 위해 스스로의 뼈아픈 변화를 치러낼 수밖에 없었던 엘리자베스와
다르시로 연결되는 주름이 있다.
그것은 접히며 아집에 차 한층 빈곤한 내 자아를 일깨운다.
1977년 생.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극학과 전문사 과정 재학 중.
2005년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연극평론 추천.
『연극평론』 2005년 가을 호 연극비평 <모두가 욕망하는 기계들?-‘농업소녀’>
1775년 영국에서 태어나, 42년 평생을 독신으로 지낸 제인 오스틴.
그녀의 작품들은 담담한 필체로 인생의 기미(機微)를 포착하고 은근한
유머를 담고 있다.
영국 BBC의 '지난 천년간 최고의 문학가' 조사에서 셰익스피어에 이어
2위를 차지할 만큼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여류작가, 제인 오스틴.
그녀의 대표작으로는 우리에게 영화로 익숙한 <센스 앤 센서빌리티>,
<엠마>, <설득>과 함께 <오만과 편견>, <맨스필드 파크> 등이 있다.
 


맨스필드 파크


설득


엠마


제인 오스틴
북클럽

 

1940년 흑백 영화
1995년 BBC

미니시리즈
2003년 현대판

'오만과 편견'
2004년 뮤지컬 형식의

'신부와 편견'
센스 앤 센서빌리티
엠마
클루리스 현대판

(엠마의 현대판)
설득

프랑스판
Orgueil et prejuges

독일판
Stolz und Vorurteil

일본판
高慢と偏見

영국판
Pride and Prejudice

스페인판
Orgullo y prejuic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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