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블럭 아래 해변이 있네(under the paving stones, the beach)"(68혁명 구호)
"표면을 보아라. 거기에 내가 있다. 그 뒤에는 아무 것도 없다"(앤디 워홀)
1960년대를 상징하는 상반된 슬로건이다. 프랑스 68혁명 세대들은 보도블럭을 들추면 나오는 모래 속에 낭만의 바다가 있다고 했고,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은 표면에 나타나는 것이 그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코드라고 진단했다.
그것이 지금에 와서는 ‘코카콜라 999 원정대’라는 이름으로 병마개를 따서 당첨되면 독일월드컵 응원단 999명에게 행운을 준다는 것으로 바뀌었다.(“병을 따라. 거기에 게르만원정대가 있다?”)
콜라는 이처럼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지금도 어린이들이 부르는 노래 “코카콜라 맛있다. 맛있으면 또 먹지~”는 콜라가 생활 속에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가를 대변하고 있다. 또 중국어 ‘커코우커러(可口可樂)’도 “마시면 마실수록 즐겁다”라는 의미인 것을 보면 코카콜라는 단순한 문화를 넘어 ‘사상’의 언덕까지 넘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뉴욕타임스의 저명한 기자였던 콘스턴트 헤이스가 쓴 <코카콜라의 진실>(북@북스. 2006)은 코카콜라의 연대기와 같은 기록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났을 때 코카콜라 사장인 로버트 우드러프가 “내 혈관 속에는 피가 아니라 코카콜라가 흐른다”고 했을 때만 해도 코카콜라의 아성은 영원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005년에 들어서 코카콜라는 펩시콜라에 매출액, 순이익, 시가총액에서 모두 밀렸다.
120년 역사에서 코카콜라는 커다란 시련 앞에 놓여있다. 경쟁사의 도전, 비만의 주범으로 인한 소송, 비탄산음료로 소비자의 입맛 변화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다량의 물 사용으로 물 고갈에 대한 해당국가와 환경단체의 갈등도 당면한 문제다.
책은 세계 최고의 브랜드 파워를 지닌 코카콜라의 탄생과 영욕의 진실을 날카롭게 파헤치고 있다. 닉슨대통령에 찍힌 코카콜라가 구소련에 진출하지 못했던 얘기에서 뉴코크의 실패에 이르기까지 한 편의 드라마틱한 다큐멘터리를 읽는 듯하다.
남북전쟁 후 고통을 겪고 있던 미국 남부사람들에게 진통제였듯,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소화제로 복용되었던 코카콜라의 역사가 코끝을 찌릿하게 한다.
코카콜라! 오래도록 톡 쏘는 그들만의 생존의 비법은 있는 것일까.
[북데일리 서문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