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햇~, 신선한~, 갓 나온~, 프레시한~'
늘 새로움을 뜻하는 어떠한 수식어를 달아도 아깝지 않을 보졸레 누보….
어디선가 읽었던 기사 중에 보졸레 누보를 겉절이 김치에 비유를 했던 것이 생각난다.
보졸레 누보는 그해 재배된 포도를 추수하여 순간적인 발효, 숙성을 거쳐 매년 11월 셋째주 목요일 전세계적으로 출하되어 보졸레 누보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와인은 오래될수록 좋다라는 인식을 뒤엎은 재미난 와인이 아닐 수 없다.


하마터면 제일 맛없는 와인으로 천대받을 뻔한 보졸레 누보. 보졸레 누보의 화려한 성공 뒤에는 보졸레의 왕이라 불리는 조르주 두보에(Georges Duboeuf)의 노력과 지혜가 숨어 있다.
보졸레 누보는 가메이(Gamay)라는 포도 품종으로 만드는 레드 와인이지만, 만드는 방법에 있어 짧은 발효 기간으로 인해 무게감이 떨어지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 단점을 장점으로, 더 나아가 하나의 보졸레 누보 축제라는 것을 만든 장본인이 바로 조르주 두보에(Georges Duboeuf)이다.
그는 프랑스의 지방에서 마시던 보졸레 누보 와인을 프랑스의 늦가을 정취와 가장 먼저 출하된 그해의 햇포도주라는 상큼한 이미지를 조화시켜, 1951년부터 보졸레 지방 와인 생산업자들에게 와인의 출하 시기를 11월 셋째 목요일로 일정하게 맞추자는 논의를 이끌었다. 그것이 보졸레 누보 축제의 시발점이 되어 오늘날의 보졸레 와인의 마케팅과 프로모션에서 큰 성공을 가져다 주었다.


보졸레 누보는 탄닌산이 적어 주스 같이 가볍고 신선한 맛을 지니며 사과나 복숭아 같은 달콤한 향이 풍부한 것이 특징으로, 핑크빛을 머금은 연한 자주색을 띤다. 그 가벼운 맛 때문에 보졸레 누보는 차게 해서 마셔야 신선한 맛을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어울리는 음식으로는 생선류의 찜이나 소금구이, 닭고기요리 등과 같은 가벼운 음식들이 잘 어울리며, 햄, 치즈, 쿠키, 샐러드 등과 같은 간식과도 어울린다. 특히 보졸레 누보는 그 와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즐기기에 적당하다.
와인 애호가에겐 보졸레 누보를 맛보는 것은 그해에 생산되는 다른 와인들의 빈테이지를 예측하는 척도가 되기도 하고, 와인을 처음 접하는 초보자에겐 가볍고 신선한 와인을 맛보면서 매력적인 와인의 세계에 한발 접근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


2005년 보졸레 누보의 그 상큼함을 느끼고 싶다면 와인숍을 우선 찾아가자. 같이 마실 사람을 떠올리며 들뜨는 마음으로 한 병을 집어 들었다면, 다음은 육류 코너로 달려가 불고기감 쇠고기를 사자. 얇게 저며진 불고기감에 마늘과 생강 다진 것, 배나 사과, 키위가 있다면 강판에 살짝 갈아 넣고, 간장을 넣어 간을 맞춘다. 대파와 양파를 썰어 넣고 조물조물 양념이 배이도록 잠시 재워두고 여기에 먹다 남은 레드 와인이 있다면 고기의 누린내를 없애기 위해 살짝 넣어 주는 센스!
자~ 모여봐. 모여봐. 가족들끼리, 혹은 친구들끼리 아님 분위기 그윽하게 촛불 하나 켜놓고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전골 냄비에 재워둔 불고기를 넣고 보글보글~,달콤하고 짭조름한 냄새가 식욕을 자극하기 시작하면 냉장고에 잠시 차갑게 식혀두었던 2005년 보졸레 누보를 꺼낸다. 설레인 마음으로 코르크를 빼는 순간, 프레시하고 약간은 시큼한 향이 코끝을 찌르면서 입에서는 침이 고이기 시작한다. 와인 글라스 안에 연한 자줏빛 햇포도주, 보졸레 누보가 따라지면 불고기 전골과 함께하는 우리의 늦가을의 저녁 만찬이 시작된다.

보졸레 누보 축제가 언제부턴가 발렌타인 데이, 크리스마스처럼 하나의 기념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보졸레 누보라는 매개체로 한시 한때 전세계 사람들이 설레이는 느낌을 받으며 기쁨을 함께 나누고 있다는 것은, 햇포도주를 마시는 즐거움보다 그 이상의 즐거움을 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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