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주인공으로 해서는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예요. 개는 인간보다 시각, 후각, 청각이 수 백배 발달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개의 내면에는 인간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방대한 삶의 질감이 들어있어요.
다만, 언어가 없기 때문에 표현하지 못하는 것 뿐이죠. 나는 개를 대신해서 그 내면의 풍요로움을 묘사한 거죠.
개가 사람보다 100배를 더 잘 본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입증된 과학적 사실이예요.
동물 생태학 같은 책에 보면 다 나오는 사실이죠. 이 소설은 개들의 내면은
이럴 것이라는 상상이죠. 하지만, 그 상상의 바탕에 과학이 있어요.
그렇다고, 책만 보면 안돼요.
현장에 가서 맞나 안 맞나 확인을 해봐야지.
그래서 진도에 있는 진도개 사육장에 가서 살았지.
원래도 진도는 자주 갔지만,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후에는 거기 가서 살았어.
소설을 써야 한다는 것은 한 평생의 준비가 필요한 일이예요. 생의 전체가 다 들어가지. 집필은 한 달 만에 했어. 준비는 평생을 한거요.
책 앞에 작가의 말에 보면 수몰지 폐허 얘기가 나와요. 그 수몰지를 봤다는 게 20년 전이야. 그 때부터 쓸 생각을 했다는 거요.
쓰기는 한 달을 썼지만, 20년을 준비한 거지. 이런 과정 없이 원고지에 뭘 쓰려고만 했다면, 10년을 써도 못 썼을 거요.
한 평생이라는 것은 추호도 과장이 아니야. 하나의 사실이지.
‘칼의 노래’를 쓸 때 김훈은 이빨이 6개나 빠졌다고 한다. 고전압의 문장과 자신의 이빨을 맞바꾼 결과다.
문장을 다루는 김훈의 모습은 치열하고도 섬세하다. "나는 '대답이 없다'라고 글을 쓰다가 '대답은 없다'
라고 써야 되는 것인지를 생각하다가 밤을 새워요...정혜신의 사람 vs 사람 中, 본문내용 더 보기
사람은 관계를 맺으면서 살 수 밖에 없어. 엄마에게서 태어나 가족과 사회 속에서 살아요. 하지만 개는 혼자서 살아. 개는 자기 삶을
살지. 자기 발바닥으로 뛰어다니면서. 사람들이 팔아 먹고 잡아 먹고 하지만. 단독자로서 인간과의 관계를 유지해 나가고 있어요.
인간은 자기 삶을 직접적으로 살아내기가 매우 어려워요. 왜냐하면 인간과 세계 사이에 개입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 그게 뭐냐면 책 같은 거야. 책. 책, 네이버, 영상물, 미디어, 제도, 이념적 체계.
이런 것들이 인간과 세계에 개입하고 있잖아요. 지금 그것들이 개입함으로써 인간은 직접 세계를 못 봐.
생으로부터 인간은 차단돼요.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더 극심하게 전개될 거고.

나는 컴퓨터를 전혀 몰라요. 컴퓨터가 네트워크를 만드는데 그게 차단이야.
이제는 그 차단이 너무 심도 있고 광범위해서 더 이상 차단으로 느껴지지 않아. .

거기에 저항하는 것이 운명이죠. 거기에 저항함으로써 인간의 건강성을 회복할 수 있어요. 자기 속을 들여다 봐야 해요.
나도 애매해요. 하지만 그건 말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아요. 결국, 스스로가 나한테 절실한 것이 무언인지를 찾아낼 수 밖에 없어요.
자기 삶을 직접 체험할 줄 알아야 해요.
글을 쓰더라도 자기 삶을 통과해 온 단어들을 골라야 돼. 그런 단어는 몇 개 안 되요.
난 사전이나 컴퓨터에 떠도는 언어들을 거의 쓸 수가 없어요. 그게 내 삶을 통과해 온 단어가 아니니까.

내가 책을 쓰는 이유는 밥벌이의 노동으로 쓰는 거예요. 밥을 먹을 수 없다면 안 쓰죠. 그게 상식적인 삶의 태도예요.
내가 글을 쓰는 것은 밥을 먹기 위한 목적은 아니지만, 밥벌이가 안 되면 안돼요. 난 그런 사람이라고.
책도 그래요. 책 속에 길이 있다고? 길은 저 길바닥에 있는 게 길이예요. 책 속에는 글자가 있지. 책 속에 길이 있다 해도 그 길이
세상에 연결된 길이 아니라면 있으나마나 한 거야. 책이든 뭐든 어떤 것에도 매몰되면 안되요.
내 책에도 매몰되면 안 되는 거요. 내 길은 내가 스스로 찾는 거야.

개는 태어난 지 열 달 만에 어른이 되어서 저 혼자의 힘으로 세상과 부딪치며 살아야 하기 때문에 부지런히
공부하지 않으면 어른 개가 될 수 없어. 개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 (중략) ... 달리고 쫓고 쫓기고 엎어
지고 일어나면서 이 세상을 몸으로 받아내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지...본문내용 더 보기
난 좀 쉬운 글을 쓰고 싶었어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 내 글이 어렵다고 하는 독자들의 반응이 있었거든.
젊은이들이 뭐 내가 하는 말을 듣겠어요. 자기들 알아서 살아야지. (잠시 생각하시더니) 취직들을 빨리 빨리 하기를 바래요.
젊었을 때는 ‘논어’를 읽는 게 좋아요. 공자와 맹자. 삶의 올바른 태도와 경건함, 단정함, 바름이 그 안에 다 들어 있어요. 더도 말고, 이거 한 권이면 돼. 이거 한 권이 다른 100권보다 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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