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서 만나자" 산사나무 아래의 약속

“뒤뜰에 있는 산사나무 아래가 좋겠어요. 아이들이 늘 뛰어놀던 곳이에요. 꽃송이들이 브리짓의 무덤을 덮어 줄 거예요.”

<산사나무 아래에서>(산하.2006)는 1840년대 아일랜드에 퍼진 ‘감자마름병’으로 막내동생 브리짓이 산사나무 아래 꽃무덤에 묻히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른바 ‘감자대기근’으로 수 백 만 명의 사람들이 굶어죽거나 고향을 떠나 이민을 가야 했던 시기, 식량을 구하러 집을 떠난 아버지를 찾아 나선 세 아이들의 고난에 찬 이야기다.

수용소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이모할머니를 찾아나서는 길에서 본 굶주리고 죽어가는 참상을 아이들의 눈을 통해 그려가면서 독자의 가슴을 저미게 한다.

아이들은 수시로 닥쳐오는 위험과 공포를 용기로 극복하고 마침내 이모할머니가 사는 곳에 도착한다.

“문 밖에는 편안히 앉을 수 있는 돌들이 놓여 있고, 아름다운 풀꽃들이 가득한 작은 뜰이 있는 집. 고향의 들판에는 지금도 산사나무 사이로 부드러운 산들바람이 불고 있을 것이다.”

먼 길을 지나온 세 남매의 고통과 사랑을 생생하게 묘사한 이 작품에서 작가는 “절망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한 줄기 희망의 빛을 어린이들에게 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칼로 거칠게 파낸 듯 목판화로 그려진 삽화는 당시 암울했던 시대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 천국에서 다시 만나.......”

에일리와 마이클과 페기는 산사나무 아래서 꽃그늘 아래 잠들어 있을 브리짓을 생각하며 눈시울을 적신다.

꽃이 흐드러지게 필 때, 꽃이 피어서 더욱 슬픈 시절이 누구에게나 있으리라.

[북데일리 문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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