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사람들이 하는데 벌은 바다가 받는 거 같아,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홍이야, 나이가 들면 자신이 바라던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때로는 축복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단다."
할아버지가 건강했을 때라면 나는 입술을 빼물고 혀를 낼름 내밀었을 것이다. 추리 소설의 끝 장면을 미리 알려 주는 것처럼 그건 내게 재미없는 이이야, 내가겪을거야, 내가 겪어서 내가 깨달을거야,하고. 그러나 그날 서귀포 먼 바다, 배들이 들어와 쉬고 있는 그 바다를 바라보면서 나는 묻고 싶었다. 할어버지는 그래서 할머니가 돌아가신지 이십년이 지나도록 언제나 할머니의 사진을 책상 위에 놓고 있는 거야? 하고.-50-5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