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직장인은 ‘늙은 생쥐’인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출세의 사다리에 먼저 오르기 위해 치열한 다툼을 벌이며, 파워 게임과 권모술수를 행한다. 우리는 권모술수나 처세에 능한 사람하면 흔히 마키아벨리를 떠올리곤 한다. 실제로 오늘날 기업 내부에서도 수많은 경영자와 중역들이 마치 마키아벨리의 충실한 추종자들처럼 자신의 안전과 이익을 위해 권모술수를 행하고 결국 회사에 엄청난 해악을 끼치고 있다.

스위스의 법률학자인 페터 놀과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전문가 한스 루돌프 바흐만이 저술한 ‘마키아벨리, 회사에 가다’는 실제로 오늘날 기업 내에서 행해지고 있는 경영자나 중역들의 이러한 행태들을 마키아벨리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풍자함으로써 지혜로운 조직생활을 위한 반면교사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50대 남성들로 대변되는 대기업 고위층 인사들을 ‘늙은 생쥐들’로 표현하며 이들은 회사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안전과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겉으로는 회사의 장래와 이익을 이야기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50대 남성들의 법칙’에 따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위 경영자로서 월급을 많이 받고는 있지만 모아 놓은 재산은 그다지 많지 않은 50대의 가장이 회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회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저자는 반문한다. 회사를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여 10년 뒤에 회사가 번창하면 다음 세대의 경영자가 그 꿀맛 같은 열매를 따먹으라고? 결국 이들은 회사가 망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남은 기간을 가급적 별 탈 없이 조용히 지내고 싶어할 것이다. 그리고 이 법칙에 따라 그들은 자신의 이익에 방해가 되는 적이나 경쟁자를 온갖 술수를 동원하여 도태시키고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위선과 악덕 그리고 심지어는 회사에 해가 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물론 대기업의 고위경영자들이 모두 다 늙은 생쥐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삼성 SDI의 손욱 전 사장이나 한국전기초자의 서두칠 전 사장처럼 온 몸을 내던져 회사를 위기에서 구한 모범적인 경영자들도 많다. 주주나 오너의 입장에서 보면 모든 경영자들이 회사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해주기를 바라겠지만 실제로는 ‘50대 남성들의 법칙’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는 인색하고, 잔인하면서도 사적 개인으로서는 미덕들을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위장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따라서 ‘50대 남성들의 법칙’이 고위경영자들이 당면한 현실이라면 이를 지혜롭게 위장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저자들이 마지막 장에서 제공하고 있는 ‘출세하고 싶은 당신을 위한 마키아벨리’의 충고는 이러한 지혜로운 위장을 위한 매우 유용한 조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jochoi@bookcosmos.com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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