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책머리에 “독일에는 괴테의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프랑스에는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 영국에는 리처드슨의 ‘
파멜라’ 등 세계적인 서간체 작품이 있다”면서 “작가의 개인 편지를 문학 장르로 인정하지 않는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서간체 작품이 빈약할 수밖에 없다.…나는 소위 우리나라 최초의 서간체 장편소설을 쓰는 데 몰두했다”고 밝혔다.
소설은 ‘한 바람둥이 남자가 낭송한 가짜 연애편지에 수많은 여성들이 가슴을 다치고, 결국 그 편지 때문에 일어나는 기묘한 독살사건’이라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간적으로는 편지가 처음 쓰여진 17세기에서 현실세계인 21세기를 넘나들고, 공간적으로는 한국과 프랑스를 긴밀히 오간다.
전자신문 ‘인터넷피아’의 프리랜서 기자인 강나리는 어느 날 부장의 지시를 받고 프랑스 우르공 성에서 열리는 편지 축제를 취재하러 떠난다.
그곳에서 뭇 여성의 가슴을 사로잡는 편지 한 통이 낭송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편지 낭송자가 독살되는 뜻밖의 일이 벌어진다. 그러나 문제의 편지는 사라져버리고 사건은 점점 미궁에 빠져든다.
편지는 발신자와 수신자라는 단선적 관계의 소통방식이라는 점에서 소설 형식으로 한계가 많아 보이지만 작가는 다양한 상상력을 동원해 관계망을 넓혀가면서 하나의 서사를 완성한다.
〈이상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