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정축년 환란이 터지자 생활고를 비관하여 저승길을 자청하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는데, 유독 한 고을에서만 사람들이 행복하게 잘 살더라. 이에 옥황상제께서 사자를 시켜 알아보니, 개성출신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라 하더라.”
우스갯소리 같지만 정축환란(丁丑患亂.IMF) 이후, 부채비율이 낮고 높은 순이익을 내는 기업가들 중 개성출신이 많았다.
컨설팅 회사 대표로 있으면서 창업 강연과 한경닷컴에서 ‘한국인의 상인정신’ 칼럼을 연재하는 김송본씨가 쓴 <한국인의 부자학>(sb.2006)은 바로 개성상인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의 삶이 고단할수록 개성상인의 상혼과 장돌뱅이의 지혜를 되살려야 한다”는 저자는 한국인이 부자 되는 방법을 그 나라의 풍토에서 찾는, 부토불이(富土不二)를 강조한다.
또 세상에 바로 서지 못하는 것 두 가지는 “신의가 없는 사람과 가난한 자의 빈 주머니”라며 “信신 義의 智지를 기준으로 행동하는 것이 백년부자가 되는 비결”이라고 귀뜸한다.
그렇다면 개성사람들은 어떻게 ‘장사의 달인’이 되었을까? 저자는 이씨왕조에 배척당했던 개성사람들의 사회적 상황과 부지런함이 자연스레 그들을 부자상인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개성상인의 부자되기 비법 세가지.
첫째, 梅子十二, 즉 ‘매화나무는 심은 지 열두 해만에 열매를 맺는다’는 상혼(商魂)으로 인재육성에 정성을 다했다.
둘째,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요, 그 성패는 하늘에 달렸다’는 상리(商理)로 매사에 최선을 다한 후 천운을 기다렸다.
셋째, ‘아름다운 공주님 선화공주님 마동이와 노닐다가 궁궐로 돌아가네~’라는 <서동요>처럼 입소문을 통한 상술(商術)로 사람들의 마음을 끌었다.
그러나 `인삼밭에 줄 거름의 오줌 맛을 보고 똥장군을 샀던` 개성상인들도 장사의 가장 큰 밑거름은 ‘인정’이라고 책은 말한다.
덤으로 주고 떨이로 파는 장돌뱅이의 ‘정(情)’이야말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재물이 집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지름길”이라고 개성상인들은 후세에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