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마음 들킨 `앙큼`하고도 위대한 예술가들


“하루에도 몇 번씩 고갱이 올 것인지 고민하는 고흐는 영락없이 연인을 기다리는 여성이다.”

고갱이 파리를 떠나자 고흐는 노랗게 꾸민 집에서 고갱이 와주기를 손꼽아 기다리는데, 고흐의 대표작 <해바라기>(그림)는 마치 사랑하는 연인을 기다리는 여인의 마음을 반영한다.

고갱과 고흐, 그리고 불멸의 화가 다 빈치가 동성애자였다면 독자들은 아마 인상을 찡그리거나 화들짝 놀라자빠지리라. 그러다가 ‘도대체 위대한 예술가들은 어떤 속마음을 가지고 그들의 욕망을 작품 속에 표현할까?’라는 의구심이 들 것이다.

<속마음을 들킨 위대한 예술가들>(시공사.2006)은 12명의 예술가들이 남긴 작품을 통해 그들의 심리상태를 분석한 책이다. 이 책을 들춰보면 개그콘서트의 ‘심리수사’처럼 저자가 예술가들을 밀폐된 공간 안에 가둬놓고 마음의 실오라기들을 하나씩 풀어헤친다. 책을 쓴 서지형은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예술을 철학적으로 감상하고 즐길 줄 아는` 몇 안되는 미술평론가 중 한사람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먼저 거울 앞에 선다. 거울 속에는 모나리자가 희미하게 웃고 있다. 여기에서 심리분석 수사의 일인자인 프로이트는 <모나리자>가 머금고 있는 신비스런 미소에서 다 빈치가 ‘매우 독특한 성적 성향을 지닌 동성애자’였다는 단서를 밝혀낸다. 다 빈치가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젊고 잘생긴 제자들을 곁에 두었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한편 앞서 고갱을 떠나보낸 고흐는 <해바라기>가 걸려있는 방에 다소곳이 앉아 불안한 시선으로 자신의 자화상을 바라보고 있다. 그것은 사생아로 잃었던 고흐의 동명의 형에 대한 어머니의 불안한 시선이 자신에게 전이된 것이다. 그 상실의 감정이 고흐로 하여금 남성에 집착하는 ‘팔루스적 존재’에 집착하게 하는 이유이다.

계속해서 저자는 베이컨에서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에 이르기까지 히스테리, 죽음충동, 불안 등의 심리기법을 이용하여 예술가들을 `빼도 박도 못하게` 강하게 압박한다. 압박수사의 결과, 저자는 이들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에서 아주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들은 아버지를 중심으로 하는 남성적 영역이 아닌 여성의 영역에 예술의 뿌리를 내리고,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어쩌면 불쾌한 낯설음으로 일상을 돌아보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모 은행 광고에서 한 축구선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낯선 이의 시선을 기억하는가. 책에 시선을 고정하면, 은밀하게 엿보는 이들의 숨겨진 욕망과 그 시선에 화들짝 놀란 예술가들의 앙큼한 속마음을 관통할 수 있다. 마치 꼬질대로 오래된 숙변을 제거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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