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여성성과
에로티시즘의 대표적 이미지로 꼽히는 가슴의 문화사적 보고서다. 원래 “오직 유럽 중세만이 문명화 과정을 거쳐 본능적 충동을 억제하는 인간을 탄생시켰다”는
독일 사회학자
노르베르트 엘리아스의 ‘문명화 과정’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나왔다.
저자 한스 페테 뒤르는 전작인 ‘은밀한 몸’과 ‘음란과 폭력’을 통해 엘리아스의 ‘문명화 과정’을 비판하고 “서양이 자기들만 문명화됐다는 믿음에 기초해 식민지주의를 정당화하려는
수단으로 그 이론을 써 먹었다”고 반박해 왔다.
뒤르는 이번엔 동서양 문명화 과정을 밝히는 소재로 여성의 가슴을 택했다. 지난 1000년 동안 유럽 사회가 어떻게 여성 육체, 그 가운데서도 가슴의 성적 매력을 발산하거나 제한했는지, 또 유럽 외부 세계에서는 어떻게 유럽보다 여성의 ‘상품화’가 더 혹은 덜 이뤄졌는지 등을 살피며 서양 문명 우월론을 비꼰다.
엘리아스가 문명의 탄생기라고 부른 중세에도 여성의 상반신 노출 패션은 있었다. 가슴골이 깊이 팬 의상 데콜테는 심할 경우 배꼽까지 드러났으며, 이미 중세 말엽부터 유럽 여성 사이에 남성들의 이상형에 맞추기 위해 만든 ‘가짜 가슴’이 유행했다. 18세기 초 유럽
가면무도회는 너무나 외설적이어서 ‘공창들의 놀이터’라고 불릴 정도였다. 익명성이 보장된 이곳에선 ‘정숙한’ 부인들은 너나없이 반라의 상태로 성적 자유를 느꼈다. 물론, 많은 경우 여성의 본능적 충동은 억제됐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도 넘쳐났다. 문명화되지 않았다고 유럽인이 손가락질한 아프리카나 아시아도 비슷했다. 인도와 일본, 한국, 중국에서도 가슴에 대한 복합적 시선은 늘 존재했다. 때로는 문명화된 정숙성이, 때로는 본능적 충동이 적나라하게 표출됐다. 그러나 이는 시대를 막론한 문화일 뿐 동서양의 차이로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제목부터 얼굴을 붉히게도 만드는 이 책은 27장으로 된 본문과 삽입된 사진 모두가 여성 가슴에 대한 묘사와 논의에서 노골적이다. 독일의 한 서평가는 사람이 붐비는 전차나 해변에서 읽지 말고 조용한 방에서 혼자 읽을 것을 충고했을 정도다. ‘여성의 가슴이 왜 에로틱한가’ 원론적 설명도 시도된다. 저자는 “여성의 가슴은 남성들이 어머니의 가슴을 통해 만족과 쾌락, 보호 받는 느낌을 주던 시기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라는
프로이트의 가정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