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보다 더 진짜같은 가짜 이야기


[조선일보 이한수기자]

‘진짜’와 다른 것이 ‘가짜’일까? 아니다. 공자가 말하지 않았던가. ‘진짜와 비슷한 게 가짜[似而非]’라고. 진짜와 구별되지 않는 가짜가 진짜 가짜다.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조각가 미켈란젤로는 젊은 시절 생계를 위해 자신의 조각 작품을 고대 유물로 둔갑시켰다. 그는 ‘잠자는 큐피드’를 조각해 땅에 묻은 뒤 다시 파내 고대 조각품이라고 속여 로마 추기경에게 팔았다. 추기경은 나중에 가짜인 줄 알고 돈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오히려 사람들에게 욕만 먹었다. 조각 작품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비난이었다. 이 일로 미켈란젤로의 명성이 오히려 높아졌다.

고대 수학자 아르키메데스는 위조주화 감식 전문가였다. 그는 금의 함량이 적게 들어간 가짜 주화를 식별하기 위해 골몰했다. 어느 날 목욕탕. 그는 흘러 넘치는 물에서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방법을 깨달았다. 벌거벗은 채 ‘유레카(알았다)!’라고 외치며 뛰쳐나왔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가짜는 진짜의 발전에 기여하기도 한다. 화폐 제작 기술은 위조 화폐를 방지하기 위해 발전을 거듭했다. 위조 미술품을 식별하기 위한 과학적 기법들도 다양해졌다. 위조화폐·미술품·유언장·고대유물·과학 등에서 세상을 뒤흔든 진짜보다 더 기막힌 가짜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거의 매 쪽마다 들어간 컬러 사진과 그림들도 이해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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