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제2의 로마’를 꿈꾸고 있는가?


[조선일보 이한수기자]

팍스 로마나(Pax Romana)’에서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로.

2000년 전 로마에 의한 평화는 이제 미국에 의한 평화로 바뀌었다. 로마가 그랬듯 미국은 누구도 도전하기 어려운 초강대국으로 세계의 질서를 만들고 있다. 생성 과정도 비슷하다. 알렉산더나 칭기스칸 같은 특출한 개인에 의해 건설된 여느 세계제국과는 달리, 로마와 미국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로마는 이탈리아를 정복하는데 200년이 걸렸고, 미국은 캐나다를 제외한 북아메리카 전역을 차지하는데 100년이 걸렸다.

미국과 로마를 비교하는 일은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독립전쟁 때부터 미국 사람들은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을 로마황제 아우구스투스에 견주곤 했다. 지금도 로마를 계승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미국 국회의사당을 뜻하는 ‘Capitol’은 로마 집정관의 취임식이 열리는 ‘Capitolino’에서 따온 것이다. 상원을 가리키는 ‘Senate’은 로마의 원로원을 뜻한다. 매일 미국인의 손에서 유통되는 1달러 지폐에는 ‘E pluribus unum(여럿으로 이루어진 하나)’라는 라틴어 문구가 새겨져 있다. 소련이 무너지고 유일한 초강대국이 된 이후 미국의 일부 정치인과 언론인은 이제 미국이 로마제국을 지향해야 할 때임을 숨기지 않는다. “미국은 확실히 세계 최강자임을 고백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제국의 의무를 지고 있으므로 특별한 권리를 요구해도 좋다.”

물론 두 나라엔 차이점도 존재한다. 로마는 군사적 강대함이 힘의 근원이었던 반면, 미국은 기업가적 에너지와 역동적인 경제가 힘의 근원이다. 로마는 국가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 반면 미국은 국가 없이 어떤 일이 가능한가를 증명했다. 무엇보다 큰 차이점은 로마가 군주제로 통치된 제국인데 비해 미국은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한 국가라는 점이다.

로마와 미국은 어떻게 초강대국이 될 수 있었을까? 독일의 저널리스트이자 비교사가인 저자는 독특한 관점에서 설명한다. ‘섬’이라는 지역적 특수성 때문이란 것이다. 섬이라니? 로마와 미국이? 저자는 두 나라가 지리적으로는 섬이 아니지만 정치·군사적으로는 모두 섬이었다고 말한다. 로마와 미국은 바다에 의해 안전하게 보호되었다는 것. “북쪽에는 허약한 캐나다, 남쪽에는 허약한 멕시코, 그리고 동쪽에는 물고기, 서쪽에도 물고기.” 로마와 마찬가지로 미국은 바다를 보호막 삼아 자신의 문제에 전념하면서 힘을 키웠다.

바다가 더 이상 보호막이 되지 못하자 두 나라는 방어의 목적에서 밖으로 세력을 넓혔고 마침내 당대 유일의 세계 강국이 되었다. 그러나 로마는 세계를 지배하는 위치에 서자 공화정에서 군주정으로 통치되는 제국으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미국은? 저자는 바로 이 지점에서 두 제국의 길이 같아질 수도 있고 달라질 수도 있다고 진단한다.

미국은 로마제국이 되려 하는가? 저자는 이 질문에 뚜렷한 대답을 내놓지 않는다. 다만 로마가 그리스의 문화유산을 계승하며 위대한 문명을 만들었듯, 미국이 서구 문명을 보호하고 문화적 뿌리를 기억해야 함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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