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이규현기자]
이화여대 건축학과 교수인 저자가 쓰고 있는 서양건축사 5권 시리즈 중 세번째 책. 이번에는
로마네스크에서
고딕양식에 이르는 기간인 9~15세기를 다룬다. 중세건축은 초기 기독교 건축이 가진 로마문명 영향을 극복하려는 노력에서 시작했다. 특히 하늘을 향해 높이 올라가면 신과 거리를 좁힐 수 있다는 믿음에서 생긴 앙천(仰天) 양식이 등장했다. 그래서 이번 책 제목이 ‘하늘과 인간’이다.
뾰족한 첨탑이 하늘 높이 솟아 오르는 프랑스 샤르트르 성당 등 우리가 ‘유럽’을 생각할 때 떠올리는 건축물들이 대부분 이 시기에 태어났다. 저자는 기념비적 건축물 하나하나를 사진·도면과 함께 자세히 분석하고, 어떤 역사적·미학적 배경에서 이런 건축물이 탄생할 수 있었는지 해석한다. 직접 현장답사를 하고 사진을 찍으며 관찰한 데다가, 서양사람들이 쓴 것을 그대로 번역해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우리 시각으로 재구성해 쓰는 서양건축사라는 데 의의가 있다. 저자를 따라 전문적인 건축여행을 하면서 우리 현실에서는 서양건축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할 것인지를 고민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