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김현자 기자]
"습지는 오랜 기간 인류와 생태계에 아주 고마운 일을 해왔습니다. 인간이 발생시킨 유기질이나 무기질을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자연적으로 물과 땅을 정화시키는 자정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몸에서 콩팥이 체내에 생긴 불필요한 물질을 오줌으로 내보내 체액의 균형을 유지시켜주는 것과 비슷한 작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습지를 '자연의 콩팥'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현대 인류가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해서 과학기술 운운하기 전에 습지의 자정작용 덕분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어야 하겠죠."'늪'에는 '치유의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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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 지성사 |
불황의 늪, 방황의 늪, 망각의 늪…. 늪은 우리에게 막연하면서도 헤어날 수 없는 부재와 불안 같은 것이었으며 빠져들면 안 되는 위험한 곳이었다. 그런데 자연계에서의 '늪'은 극한의 상황을 막아주는 완충지대로서, 홍수처럼 많은 비가 내릴 때 받아 들였다가 극한의 가뭄에 메마른 대지로 보내준다. 늪은 또한 자정작용까지 뛰어나 자연계의 허파, 자연계의 콩팥으로 불린다.
자연계에서 '자연계의 허파이자 콩팥'으로 불리는 '늪'. 우리 몸에서 허파나 콩팥에 이상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 늪에 관심을 두고 보호하는 노력은 '자연 따로 인간 따로'가 아닌 '인간과 자연은 같은 공동체'라는, 우리들이 건강한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건강한 환경의 기본이랄 수 있다. 우리 몸에 있는 콩팥에 이상이 생겨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할 때 건강한 몸을 기대할 수 없는 것처럼, 늪이 훼손되면 건강한 자연을 기대할 수 없다.
이렇게 늪은, 이제까지 우리들이 생각해 온 위험하고 불안한 수렁이 아니라, 건강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요,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인 것이다. '늪'에는 '치유의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늪, 습지를 이제는 다시 보자.
<한국의 늪>은 우리나라 늪(내륙습지)과 갯벌(연안습지)을 총망라해 습지의 생명력과 가치를 조사한 생태 보고서로 현직 언론인인 강병수씨가 글을 쓰고 환경지킴 사진가 최종수씨가 232컷의 사진을 넣었다. 두 사람 모두 자연생태계와 늪에 대하여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 책 속에는 이들의 부지런한 발품과 애정이 가득 담겨있다. 이들의 발길을 따라가 보자.
건강한 자연계를 위해 일하는 고마운 이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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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습지에는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한다. 이 책 속에는 생태사진가가 찍은 230여점의 사진들이 있고, 사진마다 간결하며 유용한 설명이 있어서 생물도감으로도 활용해도 좋을 법하다. 첫번째는 고마운 이에서 비롯된 고마리 위에 나비가 앉았다. 아래는 식충식물인 끈끈이주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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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 지성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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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지구에는 얼만큼의 습지가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어떤 습지들이 있을까? 다른 나라들은 자연계의 콩팥으로 불리는 습지 보호에 어떤 노력을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어떤 노력을 기울일까? '람사협약'이란 무엇이며 람사습지로 등록된 우리의 습지는 어떤 곳이 있을까? 요즘에는 우포늪처럼 이름난 습지를 찾아 생태기행 등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데 대체 습지는 우리에게 무엇일까 등등. 저자는 이런 주제들을 가지고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습지에 대해 자세히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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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사협약과 람사습지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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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사협약의 정식명칭은 '물새 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으로 1971년 이란의 해안도시 람사(Ramsar)에서 18개국이 모인 가운데 채택, 1975년 12월12일에 정식으로 발효되었다.
2005년 현재 전 세계 148개국이 가입, 우리나라는 1997년 101번째로 가입했다. 우리나라는 대암산 용늪이 1997년에 첫 번째로, 1998년에 우포늪, 2005년에 장도 습지 3곳이 람사협약 습지로 등록되어 있다.
3년마다 열리는 람사총회는 람사협약 당사국 정부 대표들과 국제기구, NGO들이 모여 환경 문제를 논의, 그 규모와 중요도가 커서 '환경올림픽'으로 불린다. 2005년 11월 우간다에서 열린 제9회 총회에서 우리나라가 2008년 제10회 개최지로 선정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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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는 지구 표면의 6%를 차지, 습지는 존재만으로 건강한 자연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어느 정도의 습지가 있을까? 우리나라 주요 습지는 총 넓이가 1070km2(약 3억2367만 평). 람사습지에 등록돼 있는 경남 창녕의 우포늪과 강원도 대암산 용늪, 전남 신안의 장도 습지를 비롯한 내륙습지 56곳과 낙동강 하구, 순천만 등 연안습지 20곳 등 총 76곳의 습지(늪)에서 볼 수 있는 생물군을 사진과 함께 자세히 소개하였다.
습지에는 두루미, 저어새,
흰꼬리수리, 수달, 꾸구리,
꼬마잠자리, 가시연꽃 같은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이 서식하는가 하면 귀이개나 통발, 끈끈이주걱처럼 특이한 습성의
벌레잡이식물의 관찰이 가능하다. 사진을 통하여 만난 생물 중에 어린 시절에 냇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것들이 보여서 책을 읽는 내내 반가움과 아쉬움이 교차하곤 하였다.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우포늪에는 수많은 종류의 잠자리를 볼 수 있어 잠자리의 천국이라고 불린다는데 책에서 만나는 우포늪은 새삼스럽게 놀랍다. 우포늪을 잠깐 보자.
1억4000만 년 전 한반도가 생성되던 시기부터 존재, 우리나라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오래된 습지라는 점에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제 강점기와 1970년 대 초까지 총 11개의 인공제방을 쌓기 전에는 250여만 평에 달했으나, 제방축조로 습지 주변이 농경지로 전환, 면적이 많이 줄어 현재 수면면적은 70만평이라고 한다. 강원도 대왕산 용늪과 함께 두 번째로 람사습지에 등록된 우포늪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조선지지'나 '대동여지도'에 유일하게 기록된 우포늪. 1억4000만 년 전 공룡들이 지구를 어슬렁거릴 때 낙동강 일대에 큰 지형변화가 있었다. 빙하가 녹으면서 낙동강의 물이 범람, 이때 실려 온 모래와 흙이 지금의 토평천 입구를 막게 되었고 이 때문에 물이 빠져 나가지 못하고 거대한 늪이 생겼다고 한다. 우포늪에서는 특이한 식물들을 많이 볼 수 있고, '살아있는 곤충박물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많은 곤충들이 관찰된다.저자의 발길 따라 가보는 우리나라의 수많은 습지들. 이중에서 생태계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낙동강 하구나 대암산 용늪, 우포늪처럼 극히 일부분이고 대부분은 방치되어 있거나 생산성을 앞세운 논리에 의한 각종 개발 위협에 처해 있다. 영종도 갯벌은 이미 인천국제공항으로 개발,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이던 서해안 습지도 국토 개발이란 이유로 사라지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나 지난 날 개발과 경제발전에 치중하였던 선진국들은 앞 다투어 개발흔적을 지우고 복원하기에 막대한 돈을 들인다.
이 책은 우리의 자연환경 정책과 위험한 개발논리, 구호만을 앞세운 자연보호와 자연에 대한 무관심 등에 대하여 심각하게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2008년 람사대회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된다고 하는데 주최국으로서 우리들이 알고 있어야 하는 습지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볼 수 있는 책이다.
습지에서 흔하게 많이 볼 수 있는 것으로 '고마리'가 있는데, 뿌리가 발달하여 자정작용이 뛰어나 '고마운 이'에서 그 어원이 비롯되었다고 한다. 책 속에는 알고 있으면 자연생태계에 대한 지식이 훨씬 풍성해질 생태자료들이 가득하다. 참 고마운 습지요. 참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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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국과 최종수는 누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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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국(글쓴이)
현재 국제신문 편집국 부국장으로 있다. '농어촌 발전자금의 허실'(1996년)과 '7백년 철의 왕국, 가야가 살아온다'(2003년)라는 기사로 두 차례에 걸쳐 한국기자협회로부터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다.
특히 '생태계보고, 늪을 살리자'를 기획 보도하여 한국기자협회로부터 1998년 '한국기자상'을, 일경언론문화재단에서 '일경언론상' 대상을 받았다. 우포늪 지킴이 단체이자 생태연구모임인 '(사)푸른우포사람들'을 창립하여 이사로서 왕성한 생명운동을 펼치고 있고, 한국크로마하프연주협회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우포늪>, <우포늪 가는 길>이 있다.
최종수(사진)
경남대학교 생물학과를 나와, 현재 경남도청 공보관실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생태사진가협회 회원이면서 철새의 낙원인 주남저수지를 지키는 모임 '주남과 함께하는 사람들' 대표를 맡고 있다. 한국조류보호협회 창원지회장으로서 작품 활동과 더불어 꾸준히 생명운동에 힘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탐조여행 : 주남의 새>, <우포늪 가는 길>이 있다. / 김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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